‘역대급 엘니뇨’ 경고에 기업·금융권 비상등 켰다
1.5도 더 뜨거워진 지구에서, 사상 최강 엘니뇨가 다가온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적 손실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급 엘니뇨’ 경고에 기업·금융권 비상등 켰다
1.5도 더 뜨거워진 지구에서, 사상 최강 엘니뇨가 다가온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적 손실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유정 에디터

최근 몇 달간 기후학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관측 기록상 가장 강한 수준의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염을 비롯해 각종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뒤따를 전망이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기후 현상이다. 통상 2~7년 주기로 발생한다. 엘니뇨는 무역풍의 방향이나 강도를 바꿔 따뜻한 바닷물과 비구름이 중·동부 태평양 쪽으로 옮겨가게 한다. 이 변화가 대기 흐름을 바꾸면서, 지역에 따라 가뭄과 폭우, 홍수 등 엇갈리는 이상 기후로 이어진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식품·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상장기업 수백 곳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비상 계획을 공개했다. 은행권에서도 극단적인 이상 기후가 생산망을 흔들면 공급 충격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마다, 사업장마다 엘니뇨의 영향은 제각각이지만 그 개별적 여파는 경제 전체에 누적된다.
WHY WE WROTE THIS
영국 기상청은 지난 20일 올해 말 적도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4년 기준 47.9%로, 먹거리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한다. 국제 식품 원자재 가격이 움직이면 국내 물가도 그 여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시대의 다른 현상들과 달리, 엘니뇨 자체는 낯설지 않다. 공급망 담당자들은 1970년대와 1990년대의 엘니뇨에서 나름의 대책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엘니뇨는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번 현상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이미 약 1.5도 오른 상태에서 발생한다. 또한 연구자들의 관측 결과 최근 해수면 온도가 역대 평균과 유독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강력한 엘니뇨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엘니뇨 주기 자체는 보통 1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적 여파는 그보다 훨씬 오래간다. 폭우로 작물이 망가지면 농업 경제는 즉각 타격을 받는다. 이 충격은 이후 여러 계절에 걸쳐 국제 공급망 전반으로 번진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강력한 엘니뇨는 발생 16개월 안에 국제 식품 원자재 가격을 최대 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 여파는 이후 몇 년간 계속된다. 공장이 물에 잠기면 즉각적인 재난 대응부터 쉽지 않고, 시설 복구와 정상 가동까지는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가격 책정이나 마진 방어를 위한 대책을 검토할 때, 날씨 패턴만 따로 떼어서 보지는 않습니다.” 필리핀의 패스트푸드 기업 졸리비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리처드 신이 말했다. 그는 실적 발표에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이나 제약처럼, 전체적인 틀을 같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2023년 논문에 따르면, 1982~1983년 엘니뇨는 전 세계에 4조 달러 이상의 소득 손실을 안겼다. 1997~1998년 주기에서는 그 손실 규모가 5조 7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엘니뇨의 강도와 기후변화 정도는 경제적 피해 규모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더 강력해진 엘니뇨는 훨씬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글 Justin Worland, Senior Correspondent
편집 장유정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