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CEO “기업의 본질 자체가 소프트웨어가 될 것”
서클의 제러미 앨레어 CEO는 새 블록체인 ‘아크’를 앞세워 USDC 발행사를 넘어, AI가 결제·거래를 처리하는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서클 CEO “기업의 본질 자체가 소프트웨어가 될 것”
서클의 제러미 앨레어 CEO는 새 블록체인 ‘아크’를 앞세워 USDC 발행사를 넘어, AI가 결제·거래를 처리하는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문상덕 에디터

서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러미 앨레어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회사를, 이제 ‘디지털 달러 기업’을 넘어 AI 시대의 경제 인프라 기업으로 키우려 한다.
서클은 지난 16일 자체 블록체인 ‘아크’의 퍼블릭 메인넷을 가동했다. USDC 발행사였던 서클이 결제·거래·토큰화 금융상품과 AI 에이전트 경제를 아우르는 독자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아크는 다른 블록체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검증 체계로 거래를 처리하는 ‘레이어1’ 블록체인이다. 실제 자금과 자산을 옮길 수 있단 점에서 ‘메인넷’으로 분류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퍼블릭’ 서비스이지만, 거래를 최종 확정하는 검증 작업은 블랙록·비자·마스터카드 등 허가된 금융기관이 맡도록 해 신뢰성을 높였다.
앨레어는 “인간은 주말에 잠드는 돈을 용인해 왔지만, 기계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4시간 작동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와 토큰화된 금융계약, 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 기업 운영과 금융거래의 방식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13년 전 서클을 공동창업했다. 이전에는 클라우드 기반 동영상 플랫폼 ‘브라이트코브’를 창업했고, 형과 함께 세운 소프트웨어 기업 ‘앨레어 코퍼레이션’은 2000년대 초 매크로미디어에 인수됐다. 다음은 앨레어와의 일문일답.
규제기관의 눈높이에서
Q 시장마다 규제가 다릅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입니까?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기술입니다. 인터넷에서 작동하는 공개 소프트웨어 규칙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정 금융 업무만 하도록 만든 시스템이 아닙니다. 인터넷 위에 쇼핑몰도 만들고 동영상 서비스도 만들 수 있듯, 블록체인 위에도 결제나 대출, 거래 같은 여러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자체가 규제 대상이라기보다, 그 위에서 어떤 금융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다만 금융 시스템의 핵심을 공공 인터넷 인프라 위에서 작동시키는 구상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규제기관에선 이 인프라가 지나치게 탈중앙화돼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행위자가 많다 보니, ‘무신뢰(trustless)’를 표방하더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운데에는 거래가 기록된 뒤에도 바로 최종 확정되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중앙에서 거래를 확정해 주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여러 참여자가 같은 장부를 맞춰 보는 동안 추가 기록을 쌓아 거래를 되돌리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거래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아지는데, 이를 ‘확률적 확정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주식 매매나 대금 결제처럼 거래 완료 시점이 분명해야 하는 금융 업무에는 이런 방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에는 이런 기준이 적용됩니다. 아크는 처음부터 이를 충족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중앙은행이나 주식시장 핵심 인프라를 감독하는 규제기관의 관점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에 요구되는 서비스 보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아크가 규제를 받을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크와 이를 활용하려는 이용자가 금융 규제기관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Q 아크가 확산되면 금융 거래는 어떻게 달라집니까? 사람이 필요 없어집니까?
몇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사람 개입 없이 소프트웨어가 돈을 옮기고, 자산을 운용하고,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경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토큰화입니다. 주식이나 채권, 펀드처럼 지금은 증권사와 은행의 전산망에서 관리하는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주식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닙니다. 회사의 주인이 될 권리와 배당을 받을 권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권리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디지털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토큰화입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시작됐습니다. 토큰화가 이뤄지면 주식이나 채권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처리하지 않아도 거래와 대금 지급, 권리 관리가 더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USDC가 인터넷에서 바로 옮겨 쓸 수 있는 디지털 달러라면, 토큰화된 주식·채권·펀드는 블록체인 위에서 사고팔고 관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큰 변화입니다.
또 하나는 AI 에이전트 인프라의 발전입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정보를 찾고,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기반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AI 에이전트 인프라와 금융 인프라가 결합하는 흐름을 저는 ‘에이전트 경제(agentic economy)’라고 부릅니다. 이 둘의 결합은 세계 모든 기업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거래 업무도 갈수록 AI 에이전트가 맡게 될 것입니다. 기업 재무담당자를 대신할 수도 있고, 가계나 금융기관, 금융 중개회사와 트레이딩 회사를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의 실행은 점점 에이전트 방식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변화는 상당히 빠릅니다. 세상은 지수적으로 변하지만, 인간은 그런 변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본질 자체가 소프트웨어가 된다”
Q 서클은 이미 큰 기업인데도 “아직 초기 단계”라고 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회사를 만들 때부터 수십 년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목표는 인터넷에서 쓸 수 있는 달러 기반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 누구나 연결해 쓸 수 있는 네트워크로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USDC가 그 결과입니다. 이 단계에 오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첫 단계를 마쳤을 뿐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약 3600억달러 규모입니다. 반면 은행 계좌와 결제망을 통해 오가는 전 세계 전자화폐는 약 120조달러에 이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습니다.
저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전자화폐보다 더 편리하고 활용 범위가 넓은 돈이라고 봅니다. 국경을 넘어 24시간 보낼 수 있고, 소프트웨어와 연결해 자동으로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결제와 상거래, 금융거래에서 쓰임새가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은 그 변화가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
Q 그렇다면 USDC 다음에 서클이 하려는 일은 무엇입니까?
모바일 운영체제나 클라우드 플랫폼도 자리를 잡는 데 10년, 15년이 걸렸습니다. 새로운 경제 인프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리를 잡게 되면, 기업의 본질 자체가 소프트웨어로 바뀔 겁니다. 지금 기업은 직원들이 회의하고 판단하고, 은행과 증권사, 여러 소프트웨어를 오가며 돈과 계약, 업무를 관리합니다. 앞으로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소프트웨어와 AI 에이전트가 맡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AI 프로그램을 하나 더 쓰는 수준이 아닙니다. 돈을 보내고, 계약을 확인하고, 거래를 실행하고, 여러 부서와 외부 파트너의 일을 맞추는 방식 자체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AI와 함께 일하고, AI 에이전트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반복 업무와 거래를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10~15년에 걸쳐 진행될 것입니다. 서클은 그 기반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아크 같은 네트워크에서 돈이 움직이고, 계약과 금융상품이 디지털화되며, AI 에이전트가 결제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서클은 에이전트 경제가 쓸 금융 인프라를 만들고, 그 안에서 쓰일 돈을 발행하며, 이를 뒷받침할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겁니다.
“양자 시대는 Y2K처럼 다가온다”
Q 양자컴퓨터 시대에서도 USDC는 안전합니까?
양자컴퓨터 시대까지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Y2K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대응해야 할 문제입니다.
USDC는 현재 35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네트워크가 지금 사용하는 암호 기술 가운데에는, 양자컴퓨터가 풀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의 지갑이나 거래를 보호하는 보안 체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USDC가 올라가 있는 모든 네트워크가 양자컴퓨터 위협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계속 살펴봐야 합니다. 준비가 늦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용자와 자산을 더 안전한 네트워크로 옮길 방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Q 아크는 양자컴퓨터 위협에 어떻게 대비합니까?
아크는 처음부터 새로 설계한 네트워크입니다. 그래서 기존 시스템을 고치는 것보다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보안 기술을 넣기 쉽습니다.
양자컴퓨터는 현재 널리 쓰이는 암호 체계를 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렵게 설계한 ‘사후양자암호’ 기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미래의 양자컴퓨터를 상대로도 버틸 수 있도록 만든 새 자물쇠입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관련 암호 표준 세 가지를 확정했고, 정보기술 업계에는 새 표준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크는 출범 때부터 이런 사후양자 보안 기능을 일부 넣었습니다. 다만 양자컴퓨터와 암호 기술 모두 계속 발전하는 분야인 만큼, 한 번 기능을 넣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닙니다. 지갑 서명, 거래 검증, 데이터 보호 등 인프라의 모든 단계에 맞춰 보안 체계를 계속 바꿔야 합니다. 아크는 초기부터 사후양자 서명 방식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게 했고, 앞으로 검증인 인증과 비공개 거래 정보 보호 등으로 대응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Q AI가 양자 시대를 앞당길 수도 있을까요?
그렇게 봅니다. AI가 신소재·반도체·알고리즘 개발 등 과학기술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난제를 푸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AI가 발전할수록 양자 보안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양자컴퓨터가 이미 모든 암호를 무력화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양자 시대에 대비한 암호 기술은 이미 마련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를 실제 금융 인프라에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적용하느냐가 과제입니다.
“창업자에겐 확신과 인내 필요”
Q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성공하는 창업가에게는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성과를 내는 창업자도 있고,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인간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이끄는 창업자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루려는 일에 대한 깊은 확신입니다. 세상에 중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반드시 모든 것이 장밋빛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런 확신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의 성공 확률은 원래 낮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본질적으로 회의적입니다. 틀렸다는 말, 성공할 수 없다는 말, 기존 방식으로도 이미 문제가 해결됐다는 말을 계속 듣게 됩니다. 서클이 지난 13년간 받은 언론 보도를 돌아보면, 처음 10년 정도는 대부분 회의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채용하고 붙잡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은 창업자와 회사의 미션을 믿어야 합니다. 창업 과정에서는 큰 좌절과 실패를 반드시 겪습니다. 실패는 매일, 매달 일어납니다. 작은 실패도 있고 큰 실패도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버티는 힘입니다.
Q 리더십 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믿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소통해야 합니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더 중요합니다. 회사의 재무 상황도 최대한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재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창업 초기 함께 일할 사람과,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단계에서 조직을 이끌 사람, 상장기업 단계에서 필요한 사람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직은 계속 바뀌어야 합니다.
‘천천히 채용하고, 빨리 해고하라’는 말은 제 좌우명 중 하나입니다.
20대의 젊은 창업가였을 때 저는 조직 문화와 가치의 중요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회사의 미션과 가치, 문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를 반복해서 공유하고, 채용 과정에서 확인하며, 성과 평가에도 반영합니다. 회사는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좋은 결과도 나온다고 봅니다.
Q AI 시대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제 두 아들도 최근 2년 사이 대학을 졸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아들은 금융과 마케팅을 공부한 뒤 스타트업에 취직했지만, 올해 초 AI 에이전트에 깊이 빠졌습니다. 기술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관련 도구를 익히고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며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지금은 개인이 AI를 활용해 과거에는 큰 조직만 할 수 있던 일을 해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AI 도구를 깊이 익히고, 직접 만들고 실행해 봐야 합니다. AI는 모든 직무를 바꿀 것입니다. 서클도 AI 에이전트의 역량을 중심으로 조직과 업무 방식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두려워할 변화라기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글=Ayesha Javed, editorial director at TIME
한국어판 편집=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Circle CEO Jeremy Allaire on Arc, the Future of Quantum and the Agentic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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