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대미 투자 카드에도 꿈쩍 않는 美 대중 장비 통제

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 공장 증산 수익으로 뉴욕 공장을 짓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 상무부가 다롄 공장 장비 허가를 보류하면서 뉴욕 투자도 투자세액공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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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대미 투자 카드에도 꿈쩍 않는 美 대중 장비 통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증산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 증산으로 번 돈을 미국 뉴욕주 신규 공장 건설에 쓸 계획이었다. 허가가 늦어지면서 미국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가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에 장비를 들이기 위해 미국 정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은 뉴욕주 마시(Marcy)에 약 450억 달러(약 60조 원)를 들여 낸드 공장 2곳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 2명은 투자액이 장기적으로 약 1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투자와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끌어오려고, 미국 기술이 중국 군사력 강화에 쓰이지 않도록 세운 안보 장벽을 어디까지 완화할지가 쟁점이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릴런드 밀러 위원은 "결국 백악관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

협상은 지난 8월 말 시작됐다. 리처드 친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을 만났다. 한 소식통은 "당시 미 당국자들은 미국 내 투자와 낸드 공장 건설 가능성에 상당히 고무돼 있었고,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도 보였다"고 했다. 이후 솔리다임은 상무부와 10차례 가까이 만났고, 상무부와 조율하며 허가 신청서 초안을 여러 번 고쳐 썼다.

분위기는 지난주 회의에서 달라졌다. 케슬러 차관은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미국산 장비를 중국에 더 들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상무부가 다롄 공장의 빈 클린룸 공간을 채울 장비의 수출 허가를 공식 거부한 것은 아니다. 양측은 2027년에도 다롄 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필요한 장비 허가를 별도로 협상하고 있다.

재무부도 협상에 걸려 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용 장비를 사려면 재무부가 대외투자(outbound investment) 규제를 면제해줘야 한다. 회사 측은 재무부 당국자들과도 만났지만, 재무부는 "상무부의 결정을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상무부와 재무부도 즉시 답하지 않았다.

이 문제의 뿌리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하이닉스는 그해 인텔의 다롄 낸드 공장과 SSD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겨냥해 포괄적인 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기 직전이었다. 미국은 처음에는 중국 내 외국계 공장에 규제 적용을 면제해줬다. 그러나 상무부는 지난해 이 면제를 "바이든 시대의 허점"이라며 없애고, 수량 한도가 붙은 연 단위 허가로 바꿨다. 상무부는 2025년 8월 성명에서 중국 공장의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허가는 내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논리는 다르다. 다롄 공장 클린룸은 2023년에 이미 지었기 때문에, 빈 공간에 장비를 채우는 것은 생산능력 확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회사가 미국 공장 건설 재원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중국에서 생산을 늘리고 더 정교한 낸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미국 내 생산시설 자금을 마련하려고 기업공개(IPO)도 검토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최근 시장 상황과 주가 흐름을 고려해"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지난주 낸 성명을 이번에도 되풀이했다. 성명에서 솔리다임은 "미국에서 설립돼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서 전략적 대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세계 여러 후보지에서 낸드 공장 건설 방안을 살피고 있지만 특정한 방향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업무 시간 외여서 즉시 답하지 않았다.

공장 예정지인 뉴욕주 오나이다 카운티의 앤서니 피센티 카운티장은 "몇 주 안에 답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투자세액공제가 올해 말 만료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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