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까

공포 콘텐츠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짜릿한 자극을 즐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두려움을 안전하게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부터 동시대 사회의 불안을 이해하는 방식까지, 공포 이야기가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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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까
사진=A24, 포커스 피처스

경제적 불안이 커지고 인공지능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며 국제 정세마저 불안정한 요즘, 공포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계부터 극장가까지, 올해 공포 장르는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출판계에서는 공포 소설이 새로운 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건 독자만이 아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도 공포 영화가 흥행했다. <백룸>과 <옵세션>은 북미에서 4억 6,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전 세계 흥행 수익은 약 9억 달러에 이르렀다. 두 작품의 감독은 모두 유튜브에서 경험을 쌓아온 젊은 창작자다. 이들은 지금 세대가 무엇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지 민감하게 포착했다. <스파이더맨> 같은 프랜차이즈 작품이 흥행 기록을 새로 쓰는 가운데서도, 관객들은 독창적인 공포 영화 두 편을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려놓았다.

공포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우리는 왜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일부러 찾아 나설까? 평소에는 이런 감정을 피하려 애쓰면서 말이다.

사실 인간은 무서운 것을 즐긴다.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찾아보며, 아이들을 데리고 귀신의 집을 찾기도 한다. 한 해 중 한 계절을 온통 으스스한 분위기로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왜 두려움을 원하는지 이해하면 공포물이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뿐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 맞서는 우리의 태도도 들여다볼 수 있다. 두려움의 한계를 시험하고, 세상이 이미 충분히 무섭게 느껴질 때조차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으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누가 공포물을 좋아할까

오랫동안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보며 느끼는 짜릿한 긴장감, 즉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순간을 즐기기 때문에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다고 여겼다. 특히 젊은 관객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 모두가 이런 자극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호기심을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다. 위험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려는 마음을 ‘병적인 호기심(morbid curiosity)’이라고 한다. 이런 호기심은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공포물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연구를 통해 살펴 본 공포물 팬 가운데 상당수는 ‘이를 악물고 버티는 사람들(white knucklers)’이다. 이들은 두려움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연습을 할 기회를 반긴다. 실제로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나면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신의 직감을 믿어도 되는지 깨닫는 식이다.

또 다른 공포물 팬들은 두려움과 불안, 그 밖의 힘겨운 감정을 안전한 환경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듯하다. 우리는 이들을 ‘어둠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dark copers)’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몇 달 동안 공포물을 좋아하거나 병적인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은 심리적 회복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격이나 인구통계학적 특성의 차이를 고려해도 결과는 같았다.

공포 이야기가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공포 이야기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을 안전하게 경험해 보는 일종의 모의 공간이다.

공포를 상상하는 인간의 능력

많은 동물은 위험할 수 있는 대상에 호기심을 보인다. 얼룩말은 사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작은 물고기들은 강꼬치고기 곁으로 다가가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인간은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풍부한 호기심을 발휘하곤 한다. 특히 위험하고 끔찍한 상황을 상상할 때 그렇다.

공포물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이 특히 빛을 발한다.

우리는 온갖 존재와 마주치는 상황을 구체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중에는 익숙한 대상도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대상도 있다. 나 자신이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 끔찍한 일을 겪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현실에서 직접 위험을 감수하며 무언가를 배우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위험을 피하면서도 그 상황을 경험할 방법을 찾는다.

공포물은 불행과 위험을 미리 경험해 보는 일종의 모의 공간이다. 관객이 자신이 속한 세대의 불안을 담아낸 영화를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사람들은 원자폭탄의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에 사로잡혔다. 원자력 시대가 열리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방사능으로 탄생한 괴물들이 영화에 잇따라 등장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일본 영화 <고질라>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외계인과 공산주의자들이 몰래 침투해 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었다. <외계의 침입자>는 친구와 가족이 어느새 낯설고 적대적인 존재로 바뀌어 있다는 이야기로 당시의 불안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21세기에는 이른바 ‘고급 공포(elevated horror)’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바둑>과 <유전>은 트라우마와 정신 건강을 둘러싼 불안을 그렸다. <겟아웃>과 <기생충>은 인종과 계급이라는 첨예한 사회 문제를 다뤘다. 2026년 흥행작인 <백룸>과 <옵세션>은 얼핏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두 작품 모두 오늘날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한 불안과 맞닿아 있다.

불안한 시대, 공포물이 사랑받는 이유

공포 장르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사회 전반에 퍼진 불안도 한몫했다고 본다. 영화 <백룸>은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준다. 영화 속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방은 소셜미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소셜미디어에도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그 이면에는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방마다 어딘가 어색한 물건들이 제멋대로 놓여 있는데, 마치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생성하다 잘못 만들어낸 결과물 같다.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놓인 공간은 목적조차 없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는 건, 오늘날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2025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Z세대 성인의 39%는 자신의 삶에 대체로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삶의 목적을 찾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이보다 조금 더 많았다. 정신 건강에 관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맥킨지가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 Z세대 응답자 3명 중 1명 가까이가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20% 이상은 사회적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답했다. 영화 <옵세션>은 이런 문제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밀어붙인다. 기본 설정은 오래된 ‘원숭이 손’ 이야기와 닮았다.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물건을 손에 넣지만,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닥뜨린다는 이야기다. 커리 바커 감독은 여기에 연애와 사회생활을 둘러싼 오늘날의 불안을 녹여냈다. 주인공 베어는 스무 살이 넘었지만 어딘가 어색한 청년으로,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베어가 처한 상황은 이전 세대보다 오늘날 젊은 남성들의 현실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남성 중 44%는 10대 시절 연애를 전혀 하지 않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32%, X세대는 23%였다. 자신감 부족이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휘틀리 연구소와 가족연구소가 2026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젊은 남성 3명 중 1명 정도만이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먼저 다가갈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공포물이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은 이유는 관객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자이자 영화 산업 데이터 전문가인 스티븐 팔로스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공포 장르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슬래셔 영화가 전성기를 누린 1980년대에는 한 해 공포 영화가 약 150편 제작됐지만, 2020년대에는 연간 1,500편을 넘어섰다. 영화 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2020년에도 공포물은 오히려 존재감을 키웠다. 코로나19로 극장이 텅 비었을 때도 공포 영화는 선전했고, 전체 박스오피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그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물론 무서운 이야기는 다른 모든 이야기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포 장르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듯하다. 영화계 주요 기관들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서브스턴스>와 <씨너스: 죄인들> <부고니아>와 <프랑켄슈타인까지, 공포 요소를 담은 어두운 영화들이 아카데미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으니까.

세상에는 언제나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상황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본다. 두려워하는 대상을 이야기로 만들고, 안전한 객석에 앉아 주인공에게 닥치는 끔찍한 일을 지켜본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공포 이야기는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공포물은 사회의 불안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데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새로운 위험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메간> 같은 작품은 이런 변화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시대를 맞아, 우리 역시 이전 세대처럼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고 불안을 다스리려 할 것이다. 그 방법은 어쩌면 좋은 공포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일지 모른다.

글 Coltan Scrivner, 심리학자이자 『Morbidly Curious: A Scientist Explains Why We Can't Look Away』 저자.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Why We Like to Be Sc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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