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대우건설, 26조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
한국수력원자력은 새 시공사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의 원전 설계 과정에서 공사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수원·대우건설, 26조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
한국수력원자력은 새 시공사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의 원전 설계 과정에서 공사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장유정 에디터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29일 결렬됐다. 설계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기존에 제시한 공사비가 적정한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은 협상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약 15개월간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지에 “공사비뿐 아니라 업무 범위와 계약 조건에서도 양측의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설계 확정 뒤 공사 물량 늘면 누가 비용 부담하나
협상의 주요 쟁점은 설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는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였다. 대우건설은 이날 컨소시엄 명의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 없이 물량 증가분을 상당 부분 부담하도록 한 계약조건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형 원전 APR1000을 처음 적용하는 사업인 만큼 공사 물량을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수원은 기본설계 단계의 기준 물량을 토대로 공사비 총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기본설계가 확정될 때 기준 물량을 조정해 정산하되, 이후 상세설계 단계에서 확인되는 증가 물량까지 추가 정산하자는 대우건설 측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본설계는 원전의 주요 구조와 사양을 정하는 단계이고, 상세설계는 실제 시공에 필요한 도면과 공사 물량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기존 공사비의 적정성을 놓고도 맞섰다. 한수원은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에서 단가와 간접비가 과다하게 산정된 부분이 확인돼 조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손실을 감수하는 수준으로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까지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이 자사와 사전 협의 없이 컨소시엄 명의로 입장문을 배포했다며, 해당 입장문은 자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내년 7월 새 시공사 선정, 비용 분담은 여전히 변수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 맺은 공동협력협약을 종료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2027년 7월까지 새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2028년 1월 예정된 부지 준비공사 일정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원전 건설 착공 목표는 2029년 11월이다. 기존 시공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두산에너빌리티도 재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공사 선정 전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부대설비와 운송로 설계·개발, 부지 정보 검증, 공정관리 문서 관리, 임시숙소 대책 수립 등을 별도로 발주하거나 기존 계약을 활용해 진행하고, 일부 업무는 직접 수행하기로 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메가와트)급 APR1000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체코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약 26조 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결렬된 것은 시공계약 협상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별도로 체결한 원자로·터빈발전기 설비 등 주기기 공급계약은 유지된다. 한수원은 발주사와 협의해 시공사 교체가 전체 사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새 시공사를 찾더라도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분담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특임연구위원은 국내 업계에 익숙한 미국 기준과 다른 유럽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설계·인허가의 불확실성으로 공사비가 늘고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팀코리아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위험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합의하고 문서로 남겨야 한다”며 비용 지급 조건과 부담 주체를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시공사 선정 일정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위원은 “공공사업은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가 많고, 원전은 인허가와 안전 요건까지 고려해야 하는 특수한 사업”이라며 “새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설계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해소됐는지가 관건이지만, 그 불확실성을 사전에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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