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이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지난 9월 8일(현지 시간) 이란을 마지막으로 공습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추가 공격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가 끝나면 전쟁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공격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군이 보유한 가장 큰 비핵폭탄 GBU-43/B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붙은 폭탄이다.
공격 대상으로는 이란의 핵시설과 에너지 시설이 거론된다. 다만 이 폭탄이 지하 깊숙이 있는 핵시설까지 관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으로 군사적 승리를 선언한 뒤, 물러서는 모양새 없이 전쟁을 끝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뜻대로 전쟁을 끝낼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공격을 우려해 먼저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난 교전보다 훨씬 파괴적인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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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확대하면 중동의 에너지 시설과 주요 해상 운송로가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제한은 이미 한 차례 국제 원유 공급망을 흔들었다.
호르무즈서 선박 잇단 피격, 휴전 협상도 난항
미국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이란 공격 계획이 알려질 무렵, 중동에서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늘어나자 공격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소유 화물선인 ‘GFS 프라이드’호와 ‘케이프 다오’호가 해협에서 공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유엔총회 기간 이란이 제시한 휴전안을 거부했다.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교전을 중단할 것을 제안하고, 미국에는 해상 봉쇄와 석유 제재를 풀고 동결 자산 일부를 돌려달라 요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7일 안에 다시 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관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핵 문제를 이후 단계에서 논의하겠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언제 이란을 다시 공격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그보다 일주일 앞선 10월 27일(현지 시간) 총선을 치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두 나라의 선거가 모두 끝나기 전에 이란과의 전쟁을 재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가 원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전을 피하면서도 대대적인 군사적 승리를 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끝을 보겠다”고 말해왔다. 이란 이슬람공화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어느 쪽이든 장기전으로 맞설 태세다. 중동 전역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힐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제한적 공습에도 대대적 보복 예고
이란 지도부는 다음 전쟁에서 미국에 최대한 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란을 다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세인 모헤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지난 9월 말 “미국을 역내에서 몰아내고 침략자를 응징해, 누구도 이란을 공격하지 못할 영구적인 억지력을 확보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으로서는 미국과 적당한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 만약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언급한 나탄즈 인근 지하 핵시설 ‘곡괭이산’을 제한적으로 공격했을 때 이란도 비슷한 수준으로 보복한다면, 미국은 큰 대가 없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 국내 정치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란 당국자들이 인명 피해가 없는 공격에도 대대적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이유다.
이란이 보복에 나서면 중동의 에너지·경제 시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우리가 석유를 팔 수 없는 지역에서는 누구도 석유를 팔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UAE가 공격에 취약하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UAE가 미 중부사령부와 결탁해 석유를 밀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레자이는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시설도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중동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까지 위협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침략을 돕는” AI 기업에 “자금, 지분 투자, 토지 또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누구든 “강제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전쟁을 오래 지속할 준비도 하고 있다. 알리 발랄리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사령관 고문은 무기를 초반에 소진하지 않고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틀 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도 적은 장기전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선제공격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아크라미니아 대변인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반드시 선제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의 전략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는 먼저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세력 균형을 바꿀” 결정타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움직임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 계획 유출, 항공모함과 상륙전력 배치, 이란 영공에 접근하는 군용기 등이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란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러한 군사활동을 반복해 경계심을 낮춘 뒤 기습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쟁을 원하지 않더라도 이란이 먼저 공격에 나설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한편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총참모장은 10월 5일(현지 시간) 미국이 “직접 또는 이스라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면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지지하면서 더욱 무게를 갖게 됐다. 이란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허용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격해도 중동에 주둔한 미군과 미국의 자산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넘어 홍해·유럽까지, 전쟁 번질 우려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면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유럽의 미군 시설까지 표적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일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UAE가 미 중부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오만 해안을 따라 석유 운송을 이어가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격 대상을 소형 유조선에서 초대형 유조선으로 바꿨다. 해당 항로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용 선박을 “역내 전역에서 추적하고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UAE 연안과 카타르 인근에서도 공격이 이어졌다. 전쟁이 격화하면 걸프 지역의 주요 에너지 시설과 다른 기반시설까지 공격받을 수 있다.
완전히 이란의 통제권 안에 있지는 않지만, 이란을 지원하는 무장세력도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미 홍해에서 선박을 위협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고 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사이이드 알슈하다’도 이란의 존립이 위협받으면 참전하겠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유럽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 미군 폭격기가 이용하는 영국 공군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공격 모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거의 확실하게” 배후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개입을 부인했지만, 이 사건은 중동 밖에 있는 미군 시설도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심어주었다.
이란은 자국 영토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알리 자한샤히 이란 육군 사령관에 따르면 북서부 국경부터 마크란 해안까지 50개 넘는 부대가 배치돼 있다. 사용하지 않는 비행장도 적군이 착륙할 수 있는 장소로 경계하고 있다.
이란 보안군은 외부 공격에 맞춰 국내 무장세력도 움직일 가능성에 대비해 10월 들어 남동부 발루치족 무장단체를 상대로 선제 작전을 벌였다. 같은 달 중순 쿠르드족 접경 지역에서도 드론 공격과 포격이 이어졌다.
미국도 이란도 오판 위험, 외교가 유일한 출구
미국과 이란의 계획은 모두 언제 틀어질지 모른다. 미국은 전쟁의 규모와 기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이 얼마나 이 싸움을 오래 붙들고 있을지는 통제할 수 없다.
이란의 계산도 빗나갈 수 있다. 이란은 지난 2월 말부터 4월까지 이어진 격렬한 교전을 견뎌냈고, 이후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란 지도부는 이번에도 전쟁을 확대하면 미국의 추가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란이 공격 대상을 넓힐수록 주변국마저 적으로 돌릴 위험이 커진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예멘의 반후티 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사우디를 방어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제안했다. 걸프 왕정국가들에는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이란의 압박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이들 국가의 수출길이 이란의 위협에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석유 수송로 등을 위협하는 한 이들의 경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쟁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결국 외교뿐이다. 미국은 제한적인 공격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고, 반대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먼저 공격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양국이 바라지 않는 결말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미국은 피하려던 장기전에 휘말리고, 이란은 더욱 고립되어 전쟁을 치르게 될 수 있다.
글 Hamidreza Azizi,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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