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하루 앞둔 16일(현지 시각), 미군 참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내는 비용 큰 훈련”이라고 했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 연습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도널드 J. 트럼프가 대통령인 동안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온 나라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썼다. 그는 미군의 UFS 참여를 “대폭 줄이겠다”고도 했다.
한미 군 당국은 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UFS를 진행한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국군 1만 8000여 명을 비롯해 미군과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장병 수천 명이 참가한다.
청와대는 국방부를 통해 “UFS는 사전 통보되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시작됐다”며 미국과 연습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의 돌연한 축소 방침은 한미동맹과 미국의 대(對)아시아 안보 공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WHY WE WROTE THIS
한국은 한미동맹의 현상 변경을 원한다. 정전체제 종식과 전작권 전환을 말하고, 기지와 훈련장을 놓고 갈등한다. 그런데 변경을 원하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UFS는 이 조약에 기반한 연합방위 태세를 점검하는 핵심 훈련 중 하나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앞세워 연합훈련 축소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안보 공약이 정상 간 관계나 특정 현안을 둘러싼 거래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나라”로 표현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탄도미사일 시험을 24차례 실시했고, 순항미사일과 방공무기 시험발사도 이어 왔다. 북한은 지난주 수요일에도 미상의 발사체를 쐈다.
북한은 2024년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확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 1만4000명 이상을 보냈고, 포병 탄약과 탄도미사일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김정은이 3만 명을 추가 파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미 지휘부는 이번 UFS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습득한 전술에 대응하는 훈련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드론 군집 운용, 전자전 및 GPS 교란, 사이버전 연계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한미연합군사령부의 라이언 도널드 대령은 기자들에게 “북한군은 그곳에서 얻은 교훈을 북한으로 가져갔고, 이는 북한의 역량을 바꿨다”며 “그래서 연습의 내용이 달라졌고 지난 5년간 계속 진화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의 이란전쟁 불참을 문제 삼은 것은 북한과 이란의 오랜 군사 협력 관계를 감안하면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이란·이라크전 당시부터 이란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었다. 1990년대 초에는 미사일 기술을 이란산 원유와 맞바꾸며 관계를 강화했다.
이란은 북한제 스커드-B와 스커드-C 미사일을 도입해 샤하브-1·2 개발에 활용했다. 북한의 노동-1 미사일 기술은 이란 샤하브-3 개발로 이어졌고, 이후 이마드와 가드르 등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기반이 됐다. 기밀 해제된 정보는 이란이 소형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두고 샤하브-3 탄두부를 개조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로이대 국제관계 강사인 대니얼 핑크스턴은 “북한은 이란에 완공형 공장, 기술 설계, 생산 역량, 전술 등 기술 지원을 제공했다”며 “기술 협정과 고위급 과학자 교류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란의 지하 미사일 시설과 핵시설 방호 벙커 설계·건설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에 소형 잠수함, 대함미사일, 로켓 발사기와 특수부대 훈련도 제공했다. 북한의 핵 확산 전력은 시리아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시리아 알키바르 원자로는 북한이 건설한 플루토늄 생산 시설로, 영변 5메가와트(MW) 원자로와 같은 형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16일 2019년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우리는 아주 잘 지낸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외교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사상 최대 규모인 14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를 미루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대만 문제에 거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미국 정책의 변동성은 동맹국들이 독자적 안전장치를 모색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의 주요 방산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산 무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한국의 천궁-Ⅱ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는 미국 패트리엇 대신 프랑스·이탈리아 방공체계 도입을 택했다. 캐나다는 F-35 사업 참여 방침을 재검토하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핵심 클라우드 인프라를 미국 기술기업에서 유럽 업체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이 체결한 메카 공동방위협정도 이런 흐름의 사례로 거론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집단안보 협약으로 평가되는 이 협정은, 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사우디와 튀르키예가 협력의 접점을 찾았다는 분석을 낳았다.
핑크스턴은 트럼프의 UFS 축소 방침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미국의 신뢰성이 공격받고 있고, 이는 미국 국가안보와 국제 안정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글 Charlie Campbell, Editor at Large
편집 문상덕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