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멈춰라” 요구

요구의 근거가 타당한지, 공격 중단이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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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멈춰라”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둔베그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앤드 호텔에서 열린 아이리시 오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글로벌 연료 부족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방문 중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러시아의 디젤 연료를 파괴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는 건 괜찮지만 디젤 연료는 안 된다. 연료가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실제 세계 연료 공급난의 주된 원인인지를 두고는 다른 분석이 나온다. 공격 중단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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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략과 세계 에너지 시장, 미국의 연료 공급망·물가 문제가 맞물리며 러시아 정유시설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왜 정유시설을 노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클레어주 둔베그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2026 암젠 아이리시 오픈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연료 부족이 미국·이란 전쟁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중동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다시 종전 중재에 나선 시점에 나왔다.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중재는 지난봄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 한동안 교착됐지만, 지난주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위트코프는 이후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재가 재개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방식에 제동을 건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노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유시설은 러시아군에 연료를 공급하고, 석유 판매 수익은 전쟁 자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올여름 장거리 공격을 확대하면서 러시아 정유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13일에도 러시아 정유시설 두 곳을 공격했다. 이 가운데 슬라뱐스크 정유공장은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러시아 남부에서 가장 큰 독립 정유시설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곳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공개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4월 엑스(X)에 “러시아산 석유에 지불되는 모든 달러는 전쟁을 위한 돈이다”라고 썼다.

뉴헤이븐대의 국가안보 전문가 올레나 레넌은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압박할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그는 TIME에 “우크라이나의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 중 하나를 없애면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더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TIME은 젤렌스키 대통령실에 논평을 요청했다.

세계적인 디젤 부족, 우크라이나 때문인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와 주변국의 연료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세계적인 공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2025년 말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강화하자 러시아의 휘발유 공급 부족 규모는 약 20%로 추산됐다. 러시아 정부는 수출을 제한했고, 지난달 정유시설 가동량은 2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여파는 중앙아시아로 번졌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수출 제한 이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의 소매 휘발유 가격은 전년보다 최대 25% 올랐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은 중국으로 공급처를 돌렸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나타난 공급 충격은 훨씬 광범위하다.

호주는 지난 4~6월 연료 부족에 대응해 국민에게 자발적인 소비 감축을 권고하는 ‘국가 연료 안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브라질은 지난주 휘발유와 에탄올 세금을 30일간 낮추고 디젤 생산·수입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9월 4일 기준 2억8540만 배럴로, 198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분쟁을 세계적인 공급 충격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IEA는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세계 시장이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전에는 세계 원유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한 뒤 이란은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9일에도 이 일대에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1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트럭 정류장에 디젤 가격이 표시돼 있다. 미국 디젤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공급 불안은 유가에도 반영됐다. 이번 주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 평균 디젤 가격도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다.

레넌은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요구가 “완전히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최우선 관심사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라면 훨씬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이란과 계속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전쟁이 현재 연료 부족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 쪽 수송로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10일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했다. 11일에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있는 페림섬도 점령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하루 81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동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주요 원유 수송로 역할을 해온 곳이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통제하면 국제 유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난 11일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주요 송유관을 폐쇄했다.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란이 “아마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공격을 조사하면서 이란과 연결되는 국경 검문소 세 곳을 폐쇄했다. 사우디산 원유 구매자와 트레이더들은 송유관이 며칠 안에 재가동되지 않으면 세계 원유 공급의 최대 4%가 시장에서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불과 지난주 높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이란 전쟁과 연결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휘발유 가격도 이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 발언과 우크라이나를 연료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번 발언이 어떻게 양립하는지를 묻는 TIME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공격 중단’의 의미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면 러시아는 정유시설을 복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IEA는 지난주 잇따른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시스템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서방 제재까지 겹쳐 손상된 장비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멈추면 러시아는 정유시설을 수리하고 전쟁에 필요한 연료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을 일부 재개할 가능성이 있고, 세계 디젤 공급난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정유시설 공격이 러시아에 경제적 타격을 준 것과, 그 공격이 전쟁 전체에서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퀸시연구소의 조지 비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피해를 입힌 것”은 맞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과 항구, 교통망을 공격하며 맞대응한 점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부 장거리 드론 공격은 역효과를 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입힌 피해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한 파괴가 훨씬 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공습을 강화했다. 겨울을 앞두고 전력망과 주유소 등을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어 체계에 공백이 생긴 셈이다.

반면 레넌은 정유시설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열세를 일부 보완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정유시설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훨씬 큰 국가와 싸우면서 겪는 수적 열세의 일부를 만회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국산 드론으로 러시아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디젤만 골라 공격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도 문제다.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의 콘스탄틴 소닌 교수는 우크라이나군이 디젤 생산시설만 특정해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 전반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소닌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안에서 서로 다른 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을 일일이 구분해 공격할 정보와 표적 선정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유시설을 공격할 때는 그곳에서 취약한 부분을 공격한다”며 “귀중한 자원을 활용해 가능한 한 많은 피해를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르려면, 결국 러시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전반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레넌은 정유시설 공격만 중단하고 다른 장거리 공격은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 내부의 비행장과 탄약고, 미사일·드론 생산시설, 물류 거점 등이 다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한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격 작전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맡고 있으며, 미국이 과거 제공했던 재정·군사 지원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그러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 우크라이나의 일부 핵심 전력은 여전히 미국에 크게 의존한다. 유럽이 미국의 지원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레넌의 설명이다.

결국 미국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할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포기하도록 계속 요구할지가 향후 변수다.

레넌은 “장기적으로 이 선택은 전쟁의 전략적 균형과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Rebecca Schneid, Reporter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Trump Wants Ukraine to Stop Striking Russian Refineries. What Would That Mean for th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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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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