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너머, 현장에서 치르는 폭염의 대가
폭염의 피해는 사망자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도 여성 노동자 1000명을 추적한 연구는 더위가 건강과 소득, 일상에 남기는 피해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묻는다.
통계 너머, 현장에서 치르는 폭염의 대가
폭염의 피해는 사망자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도 여성 노동자 1000명을 추적한 연구는 더위가 건강과 소득, 일상에 남기는 피해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묻는다.

장유정 에디터

지난 2일(현지 시간)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 ‘오버슈트 제한: 1.5도 초과를 헤쳐나가며 목표로 되돌아가는 길’에서 세계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를 되돌리려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4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미국의 폭염 사망자가 공식 집계보다 약 5배 많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WHY WE WROTE THIS
한국에서도 올여름 온열질환 사망자가 늘었다. 지난달 25일까지 온열질환자는 3798명, 추정 사망자는 34명으로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배 많았다. 실제 근무환경에서 더위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쓰러지거나 숨진 사람의 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연이은 무더위가 찾아왔다. 올해 유럽에서는 노후 기반시설로 냉방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폭염 사망자 수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미국 전역에는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히트 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났다.
사망자 수만으로는 폭염의 피해를 모두 보여주기 어렵다. 미국에서 발생한 히트 돔 한 번당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다. 건설 노동자와 야외 노동자, 에어컨이 없는 차량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 농장 노동자 등은 물론이고 집이 없는 사람, 에어컨을 쓸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더위에 취약해질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정신건강 질환이 있는 사람,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포함됐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노동자가 극심한 더위에 노출된다. 대부분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해마다 밤낮없이 찾아오는 더위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고단함과 비참함도 감내해야 한다.
폭염 사망자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폭염이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 임금, 식량안보, 주거환경, 기반시설에 미치는 피해를 수치화하는 일은 더욱 복잡하다. 인도의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여성 1000명이 이 피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작업에 나섰다. 근무·주거 환경의 온도와 습도가 건강과 임금,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도 자영여성협회(SEWA)는 하버드대 연구팀과 함께 노점상, 폐기물 재활용 노동자, 재택 수공업 노동자, 농민 등을 지역사회 폭염 적응·치료 전략 연구(CommHATS)에 참여시켰다. 13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다. 집과 일터에는 열과 습도를 측정하는 초소형 센서가 설치된다. 참여자들은 주요 생체지표를 검사하고, 집과 작업장의 구조와 삶의 질, 임금 등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모아 폭염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를 구축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장시간 더위에 노출되면 심장과 신장 등 여러 장기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CommHATS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극한 폭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파고들고 있다.
쿨루프(cool roof)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지가 대표적이다. 쿨루프는 햇빛을 잘 반사하는 밝은색 도료나 소재를 지붕에 적용해 건물 내부의 온도 상승을 줄이는 폭염 대응 방식이다. 이밖에도 폭염 적응 대책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폭염 보험의 기준을 공항 기상관측소의 기온으로 삼을지 실제 거주지의 온도로 삼을지, 가임기 여성의 절반 이상이 빈혈을 앓는 인도에서 폭염이 심장에 어떤 추가 부담을 주는지 등의 질문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지역사회 회의와 왓츠앱 단체방을 통해 모든 참여자와 연구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유한다. 참여자들은 이 데이터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거듭 질문한다.
연구진이 뉴욕 기후주간(New York Climate Week)에서 공개할 초기 분석에서는 더운 날 임금이 크게 줄고 수면시간이 짧아졌다. 심장 부담도 상당히 커졌다.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더위는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사업장 안전·보건 규정이나 시장의 해결책을 넘어선 대으을 요구한다.
인도에서는 노동자의 약 90%가 비공식 고용 형태로 일한다. 이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고용주가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적응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대를 바꾸지만, 그만큼 육아에 쓸 시간은 줄어든다. 건강과 소득을 지키기 위해 저축해둔 돈을 다른 곳에 쓰기도 한다. 식수를 들고 다닐 물통을 사고, 그늘을 만들 차양막을 설치한다. 판매할 농산물을 식히기 위해 아이스박스도 산다.
폭염 적응을 위한 국제 금융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실제 자금이 닿도록 하는 체계가 없다. 결국 위험 앞에 놓인 사람들이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게 된다.
CommHATS 프로젝트는 지역 현장 활동가들이 매일 직접 운영한다. 그만큼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를 점검하고, 연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살핀다. 참여자들도 연구 질문과 분석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이 방식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기에도 적합하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주민들이 자신이 어느 정도 더위에 노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대응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도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
우리 연구는 우리가 행동하지 않은 대가를 이미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먼저 치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간은 회복력이 강하다. 어떻게든 삶은 이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점점 더워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삶은 이미 훼손되고 있다. 수백만 명이 극심한 더위를 견디고 살아남아 사망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 Satchit Balsari, 하버드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부교수·CommHATS 책임연구자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기자 chlo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What 1,000 Women Workers Can Teach Us About Surviving Extreme H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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