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의 부상, 흔들리는 독일 보수정치

독일 극우 정당 AfD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달성했다.

작성 :
AfD의 부상, 흔들리는 독일 보수정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7일 베를린에서 열린 CDU 연방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독일 정치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동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43.8%를 득표했다.

WHY WE WROTE THIS

독일 극우 정당 AfD가 주의회 선거에서 40% 넘는 득표율로 압승했다. 나치 독재 이후 극우 세력과의 협력을 차단해온 독일 정치의 ‘방화벽’이 흔들리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018년 중도우파 기독민주연합(CDU) 대표직에 처음 출마했을 때 AfD 지지율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에는 낙선했지만, 이후 2022년 CDU 대표를 거쳐 지금의 독일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8년 뒤 작센안할트에서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CDU의 이번 득표율은 17.2%로, 2021년 37.1%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압승을 거둔 AfD는 이제 메르츠 총리의 지도력을 직접 위협하는 세력이 된 동시에, 전후 독일 정치에서 이어져온 질서까지 뒤흔들고 있다.

작센안할트의 선거 결과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이달 말에는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도 지역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베를린의 메르츠 연립정부에 대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밀려나는 중도파

AfD 작센안할트 주총리 후보 울리히 지그문트가 6일(현지 시간)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AfD 선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fD는 독일의 대표적인 극우 정당이다. 독일 정보기관은 AfD의 작센안할트 지부를 포함한 일부 지역 조직을 우익 극단주의 세력으로 공식 분류했다. 그런데도 AfD는 전국 여론조사에서 CDU를 앞서고 있다. 메르츠 총리의 지지율도 전례 없이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재 메르츠 총리는 선거 공약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차입을 헌법으로 제한하는 ‘부채 브레이크’를 유지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현재 그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CDU와 AfD의 정치적 협력을 막는 이른바 ‘방화벽’만큼은 단호하게 지키고 있다. 이는 나치 독재의 역사를 겪은 독일에서 극우 세력의 집권을 차단하고 권위주의를 막기 위해 이어져 온 안전장치다.

AfD는 부채 브레이크에 대한 메르츠 총리의 입장 변화를 공격해왔다.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방비 확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2025년 5월 총리에 취임하며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독일을 유럽의 군사 리더로 세우기 위해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독일 기업은 높은 비용과 미국의 관세, 중국과의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메르츠 총리의 또 다른 약속은 AfD를 밀어내고 CDU를 독일 보수 정치의 중심에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이번 작센안할트 선거 결과는 당내에서도 메르츠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메르츠 총리가 내놓은 복지·연금 개혁안은 지나치게 미온적이고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숙한 소통은 이민 억제 노력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기 위한 유럽 외교 활동마저 가렸다.

지난해 연방선거 뒤 CDU를 포함한 보수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구성한 대연정은 대대적인 개혁과 AfD 견제라는 목표 아래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어느 쪽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분노를 먹고 자란 AfD

AfD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오른쪽)과 티노 크루팔라(왼쪽)가 7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fD는 2013년 유로화 체제와 유로존 구제금융에 반대하던 보수 정치운동으로 출발했다.

이후 강경한 이민 반대와 자국민 우선주의, 나치 시대의 역사적 책임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앞세우며 지지 기반을 넓혔다. 침체된 독일 경제와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도 AfD의 성장 속도를 올렸다. AfD는 현재 독일 유권자 약 3분의 1의 지지를 받는 독일의 선두 정당이다.

유럽의 다른 극우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AfD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흡수하며 세력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야당에 머물렀다. 독일의 다른 정당들은 AfD와 연정을 구성하려 하지 않았고, 유럽의 일부 극우 정당조차 AfD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며 거리를 뒀다.

작센안할트 선거에서의 압승과 앞으로 치러질 주의회 선거 결과는 이러한 판도를 바꿀 수 있다. CDU와 AfD는 이민과 일부 사회 문제에서 입장이 겹친다. 하지만 독일의 나치 과거를 기억하고 책임지는 문화에 적대적인 AfD의 태도는 독일 중도우파 전통과 양립하기 어렵다.

CDU의 초대 지도자 콘라트 아데나워는 독일을 서방과 통합하는 노선을 택했다. ‘서방 결속’이라 불리는 원칙이다. 메르츠는 이 노선을 꾸준히 지켜왔지만, AfD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과 독일의 유로화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독일 정치가 마주한 시험

지금 독일의 민심은 지역 선거에서 가장 선명하게 읽힌다. 유권자들은 일자리, 이민, 학교, 공공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츠가 이끄는 대연정이 충분히 답하지 못한 영역이다.

AfD는 국가가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뢰할 만한 해법은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미 있는 국정 운영 경험도 없다.

그렇다고 CDU가 AfD를 비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fD의 부상에 대한 민주주의의 답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제도와 관행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 있는 정부여야 한다.

독일의 대응은 국경 밖에서도 중요하다. 대서양권은 독일이 극단적 민족주의에 맞서는 과정을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나치 독재와 민주주의 붕괴를 경험한 독일은 그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80년간 민주주의 제도를 다져왔다.

도덕적 비난은 AfD에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유능한 정부와 용기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과감한 행동이 메르츠 총리에게 재선을 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AfD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글 Sudha David-Wilp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기금(GMF) 부대표 겸 선임연구원, Jackson Janes GMF 선임연구원

한국어판 편집 장유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The AfD Is Rising. Germany’s Political Center Is Failing.

이 기사 공유하기:

장유정

장유정 에디터

기사 더보기

OTHER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