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차기 사무총장의 숙제
유엔이 정치·재정적 위기에 빠진 가운데, 분열된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차기 사무총장의 자질과 과제를 살펴본다.
‘UN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차기 사무총장의 숙제
유엔이 정치·재정적 위기에 빠진 가운데, 분열된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차기 사무총장의 자질과 과제를 살펴본다.
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아마 국제 외교에서 가장 명예롭고도 골치 아픈 자리일 것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오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엔의 위상이 정치적·재정적으로 유례없는 저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사무총장이 물려받을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내부에서는 이런 혼란의 시기에 누가 사무총장직을 맡고 싶어 하겠느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주요 강대국은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미얀마 분쟁에 이르는 국제 위기에 대한 유엔의 개입을 번번이 막아왔다.
WHY WE WROTE THIS
전쟁과 기후변화, AI처럼 국경을 넘어선 문제는 늘어나지만 이를 함께 해결할 국제사회의 힘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유엔 유명무실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가운데, 차기 사무총장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지 짚어봤다.
미국은 유엔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줄이고 있다. 결국 구테흐스의 후임자는 ‘더 적은 재원으로 더 제한된 일을 하며’ 유엔의 쇠퇴를 최대한 원만하게 관리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반면 새로운 유엔 지도자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을 모두 설득해 유엔에 다시 투자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러나 전쟁과 전염병, 기후변화처럼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엔이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존속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유엔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춘 사무총장이 필요하다.
현재 유엔을 둘러싼 현실은 상호 모순적이다. 유엔은 국제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국가 간 경쟁이다. 차기 사무총장은 이 간극 속에서 유엔이 왜 여전히 유효한지를 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국가 간 연대가 중요하다는 일반론을 늘어놓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각국 정부가 처한 현실에서 출발해 국가 간 균열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지혜로운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이상주의를 앞세우기보다 필요에 따라 갈등을 완화하고 공동의 문제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엔은 1945년 “후세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유엔이 이 가장 기본적인 설립 목적조차 실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AI와 경제협력 같은 다른 국제 현안에서도 유엔을 권위 있는 기구로 인정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를 막는 것이 차기 사무총장의 핵심 과제다.
어쩌면 사무총장 후보들에게는 이런 경고부터 건네야 할지도 모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강대국이 외면한 유엔, 돈줄도 말랐다
차기 사무총장이 마주할 가장 큰 문제는 유엔 내 가장 강력한 기구인 안전보장이사회일 수도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미얀마에 이르는 국제 위기에 대한 유엔의 개입을 번번이 가로막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과 2024년 유엔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여러 차례 지지하지 않은 것도 유엔 내부에 깊은 반감을 남겼다.
대부분의 회원국은 여전히 유엔 헌장과 그 안에 명시된 침략 금지 원칙을 존중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격은 안보리의 강대국 중 일부가 더 이상 이 원칙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엔이 처한 정치적 상황만큼이나 재정 문제도 골칫거리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유엔 운영에 지원하던 자금 대부분을 끊은 가운데, 유엔 내부에서는 당장 운영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핵심 운영비의 약 5분의 1과 유엔 평화유지군 예산의 4분의 1을 부담해야 한다. 올해 기준으로 합쳐 약 85억 달러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부터 이미 분담금을 밀리고 있었고, 현재 체납액은 약 4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과거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주요 구호기관의 별도 예산 가운데 약 3분의 1도 부담해왔다. 이들 기관이 취약계층에 식량과 백신, 거처를 제공하는 데는 매년 수백억 달러가 필요하다.
유럽 각국을 포함한 다른 전통적 공여국 역시 지출을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빈자리를 대신 메울 국가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중국은 이제 유엔 핵심 예산과 평화유지활동에서 미국에 맞먹는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납부가 늦는 경우가 많다. 인도주의 분야에 지원하는 예산도 많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유엔의 구호 활동에 일부 자금을 풀기는 했지만, 주요 구호기관들은 이미 남수단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민간인을 위한 필수 지원을 줄여야 했다.
다자주의의 시대가 저물었다
구테흐스가 사무총장에 취임한 2017년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당시 회원국들은 파리기후협정과 2030년까지 극빈을 퇴치한다는 목표 등이 담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갓 합의한 상태였다.
물론 지정학적 갈등의 조짐은 있었다. 안보리는 시리아 전쟁을 놓고 극도의 의견 차를 보였고, 구테흐스가 선출된 직후엔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앞으로 이어질 문제의 예고편이었다. 그래도 다자주의를 믿는 사람들의 눈에는 국제협력을 위한 큰 틀이 존재했다. 사무총장의 역할은 이미 만들어진 합의를 현실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 짧은 낙관론은 일장춘몽이 됐다. 구테흐스는 첫 임기의 상당 부분을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 썼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강대국 간 긴장은 갈수록 높아졌고, 개발사업 재원과 빈곤국의 기후변화 적응 지원을 둘러싼 갈등도 깊어졌다. 각국 정부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지난한 협상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유엔의 방식에도 믿음을 잃어갔다.
구테흐스는 국제사회가 분열될 위험을 꾸준히 경고하고 AI 규제 같은 새로운 문제에서도 회원국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각국 지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고전을 거듭했다. 각국 정부는 유엔 대신 규모가 작고 느슨한 협의체를 대안으로 찾기 시작했다.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이나 신흥국 중심의 브릭스(BRICS)가 대표적이다.
외교관들과 유엔 관계자들은 구테흐스가 재임 기간 대규모 국제 분쟁이 잇따라 터졌음에도 위기 관리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비판한다. 구테흐스는 오늘날 대부분의 국제 분쟁을 중재하기에는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국제정치와 평화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참모들에게도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구테흐스 재임 기간 2022년 흑해 곡물 협정이라는 중요한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많은 유엔 회원국은 평화 중재 의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린 그의 태도가 유엔의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받아들인다.
상임이사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 것
현직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과 유엔 앞에 산적한 난제에도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구테흐스의 후임을 정하는 경쟁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후보들이 뛰어들었고, 앞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인류의 의회’를 이끌기 위한 후보자는 8명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유엔 고위 무역 당국자이자 코스타리카 부통령을 지낸 레베카 그린스판이다. 캐럴린 로드리게스 버킷 유엔 주재 가이아나 대사 역시 뉴욕의 동료 외교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후보다. 후보 등록에는 공식적인 마감 시한이 없다. 외교가에서는 현재 후보 중 뚜렷한 강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후보가 추가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후보들은 유럽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식 석상에 참석하고 있지만, 정작 유엔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사무총장 선출 방식이 영향을 미친다.
선출 과정의 중심에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있다.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거부권을 갖고 있다. 안보리가 후보들을 심사해 한 명을 총회에 추천하면 모든 유엔 회원국이 참여하는 총회가 이를 승인한다. 지금까지 총회는 안보리의 추천을 한 번도 거부하지 않았다.
결국 유엔 사무총장이 되려는 사람은 거부권을 가진 5개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와도 척을 져서는 안 된다.
문제는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들 강대국 가운데 최소 한 곳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구테흐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모스크바의 분노를 샀다. 러시아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자신의 뜻을 잘 따르는 인사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
구테흐스 후임자에게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워싱턴과 실무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유엔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이미 유엔에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가한 데 이어 차기 사무총장에게 유엔 산하 기구들의 대대적인 지출 삭감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다양성과 같은 사안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제를 따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를 낮추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8명의 후보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 유엔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이들은 예방외교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엔을 다시 일으켜 세울 획기적인 전략을 내놓은 후보는 없다.
이는 정치적 신중론에서 기인한 처사지만,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가진 한계도 보여 준다. 사무총장은 유엔을 대표하는 얼굴이지만 실제로 조직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가진 강대국들이 지배하고, 그 밖의 유엔 업무는 방대한 정부 간 위원회와 이사회가 감독한다. 여기에는 통신부터 환경까지 온갖 분야를 담당하는 수십 개 기구가 포함돼 있다.
사무총장과 참모들은 각 사무소에 중간관리자와 직원을 몇 명이나 고용할지와 같은 사소한 예산 문제까지도 회원국들과 흥정해야 한다. 유엔의 최고 책임자에게 세계 질서의 문제에 집중하라고 요구하기는 쉽지만 현실에서는 관료주의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다.
다시 외교의 전면으로
차기 사무총장은 취임한 뒤 이런 조직 내부의 문제들을 관리하는 동시에 유엔이 나아갈 더 큰 방향도 제시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행정 문제를 전담할 강력한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행정 업무의 부담을 덜어내면 사무총장은 외교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
외교 분야에서 차기 사무총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 이상의 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테흐스 시대와 달라졌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분쟁 예방과 평화 중재는 이미 수많은 주체가 뛰어든 영역이다. 갈수록 많은 중견국이 평화협상을 이끌고 있고 때로는 트럼프 행정부도 직접 나선다. 과거라면 유엔이 주도했을 평화협상을 이제 다른 국가와 세력이 이끄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차기 사무총장이 분쟁 지역으로 날아가 교전 당사자들을 설득한다고 곧바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임 초기 몇 달 동안 중동 등 주요 지역의 수도를 오가며 유엔이 개입할 기회를 찾아볼 수는 있다. 분쟁 중재와 평화유지활동 전문가인 유엔 직원들에게 현안이나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분쟁에 대응할 새로운 방안을 내놓도록 독려할 수도 있다.
이런 시도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다. 유엔이 시작한 평화 구상이 실패할 위험도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유엔 사정에 정통한 한 유럽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어차피 유엔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실제로 실패하더라도 그 결과로 평판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유엔으로서는 의미 있는 외교 활동에 아예 나서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다. 그렇게 되면 유엔이 더 이상 중요한 평화 중재 세력이 아니라는 인식만 굳어질 수 있다.
분열된 세계, 유엔의 역할은?
차기 사무총장이 취임 초기부터 이런 외교 행보에 나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유엔의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분열된 세계에서 유엔의 존재 목적을 설명하는 일이다.
국경을 넘어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 명제를 뒷받침할 논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국가 간 분열과 차이가 정치적 담론을 지배하는 지금, 이런 주장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한다. 유엔 역시 스스로 상황을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각종 목표와 정책 프레임워크를 늘어놓는 기술관료적 언어로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정작 해결해야 할 정치적 숙제는 따로 있다. 국제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거나, 적어도 국가 간 신뢰가 극도로 낮다고 보는 정책 결정권자들에게도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유엔을 거창한 국제협력의 상징이 아니라 일종의 ‘세계적 위험관리 기구’로 설명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각국 정부와 기업, 시민들은 팬데믹과 지역 분쟁의 여파가 세계 경제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새로운 기술 역시 또 다른 경제적 충격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 벌어질 분쟁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유엔에는 이런 흐름을 강제로 멈춰 세울 권한이 없다. 유엔은 세계정부가 아니다. 대신 각국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논의하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에서는 그 위험을 줄일 방법을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기구다.
물론 각국 입장에서는 브릭스나 G7처럼 규모가 작은 협의체에서 만나는 편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유엔에는 이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 있다.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국가들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중립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차기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일도 여기서 출발한다. 서로 경쟁 관계인 국가들도 이런 대화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다만 강하게 압박하기보단 조심스럽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유엔이 과거처럼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구와 기금을 하나씩 더 만드는 방식도 피해야 한다. 그렇게 불어난 다자주의 체제는 이제 재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어려워졌다. 차기 유엔 지도부는 관료조직을 추가하지 않고도 까다로운 국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쩌면 앞으로 유엔 사무총장에게 필요한 역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행사 주최자’이자 세계 지도자들의 ‘정치적 상담가’인지도 모른다. 각국 정부와 여러 주체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한편, 세계 지도자들의 신뢰를 얻어 서로 갈라져 있더라도 공동의 문제만큼은 함께 풀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사무총장이 이들의 신뢰를 얻고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갈등이 고조된 국제 정세에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유엔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정치적 공간도 지킬 수 있다.
유엔 본연의 역할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전달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의 여파를 줄이는 일이다. 유엔이 제 역할을 한다면 약소국과 시민사회단체가 인권과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드문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의 모든 균열을 봉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용기와 정치적 수완을 갖춘 지도자라면 국제사회의 갈등을 지금보다 조금 덜 적대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
이는 ‘인류의 의회’라고 불리는 유엔에 기대하기에는 소박한 목표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위험은 늘어나고 국가 간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세계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은 고귀하며, 어쩌면 필수적이다.
글 Richard Gowan, Director of Global Issues and Institutions · Daniel Forti, Head of UN Affairs
편집 최문정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Make the U.N. Great Again: The Uphill Struggle Facing the Next Secretary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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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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