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 자리 다툼이 흔들 스무 자리
지금 다투는 자리는 대법관 둘이다. 스무 자리는 다음 대법원장 몫이다. 지금의 분노로 대법원장을 밀어내면, 다음 스무 자리가 위태롭다.
[칼럼] 두 자리 다툼이 흔들 스무 자리
지금 다투는 자리는 대법관 둘이다. 스무 자리는 다음 대법원장 몫이다. 지금의 분노로 대법원장을 밀어내면, 다음 스무 자리가 위태롭다.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칼럼] 두 자리 다툼이 흔들 스무 자리](/_next/image?url=https%3A%2F%2Ftime-korea-images-prod.s3.ap-northeast-2.amazonaws.com%2Farticles%2F137%2F630e5d66ab8d48eb87d020629cdb05ad.jpg&w=3840&q=75)
8월 18일 오후 3시께 서면 한 장이 인사혁신처로 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김성수를 대법관으로 제청했다.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 1987년 이후 대법원장은 대통령을 대면해 제청해 왔다. 청와대는 “협의를 건너뛴 일방 통보”라고 했고, 두 사람 중 한 명의 반려를 검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027년 6월 5일 퇴임한다. 법정 임기는 그보다 길지만 정년 일흔에 걸린다. 남은 임기는 아홉 달이다.
문제는 다음 대법원장이 할 일이다.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네 명씩 늘려 2030년 26명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26명 가운데 22명을 임명한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할 자리는 지금 걸린 둘이 마지막이다. 남은 스무 자리는 후임 몫이다. 한 사람이 대법원의 3분의 2 이상을 채우는 일은 헌정사에 없었다. 다음 대법원장은 그냥 대법원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치 압박의 결과로 들어선 후임이라면, 그가 제청하는 대법관들은 개별 역량과 무관하게 ‘정권이 만든 법원’이란 의심을 받는다.
전례가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중 대법관 13명을 제청했다. 그중 많은 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 김명수 본인이 두 연구회의 회장을 지냈다. 코드 인사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2023년 대통령실이 그의 제청을 거부하겠다고 검토한 명분도 여기에 있었다.
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겨누는 이유는 지난해 5월 1일 선고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이 3월 28일 접수돼 34일 만에 끝났다.
절차 위반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정한다. 2022년 9월 8일 기소된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온 것은 2년 6개월 뒤였다. 이번 서면 제청도 관행에서 벗어났지만, 절차를 어긴 건 아니었다.
헌법학자인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 방식을 정해둔 규정은 없다”며 “합의를 못한 책임은 헌법 기관인 양측 모두에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여당 대표는 현직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라고 부른다. 탄핵도 거론한다.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라는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했다. 그렇게 현직 대법원장을 끌어낸 자리에 독립성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진보 원로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사전 논의를 했어야 한다”면서도 “탄핵 언급에 앞서 대화와 타협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에도 대법관 한 자리가 사법부를 흔들었다.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은 개혁 인사를 거부했다. 소장판사 159명이 인사를 재고해 달란 건의서를 냈고, 청와대가 제청을 거부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끝내 제청을 받았다. 대신 두 사람은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로스쿨과 국민참여재판이 거기서 나왔다.
이 기사 공유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