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임 법무장관이 꺼내든 ‘낙태 전쟁’

트럼프 2기 정부가 법무부와 연방기관을 동원해 임신중절 규제를 강행하면서 현장의 여성과 의료진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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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임 법무장관이 꺼내든 ‘낙태 전쟁’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뉴욕주 가든시티의 데이비드 맥 훈련·정보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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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7년 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임신중절을 다루는 법적 장치가 입법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출산권 논의가 방치되고 있다.

토드 블랜치(Todd Blanche) 법무장관 후보자가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임신중절 규제 기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랜치 후보자는 표결 전부터 임신중절 정책 관련 발언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 찬성 50표, 반대 49표라는 근소한 차로 인준안이 가결됐다.

최근 유출 후 삭제된 백악관 신앙사무국과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블랜치가 낙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법무부는 물론 식품의약국(FDA) 등 연방기관을 동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연방기관들이 임신중절 의료진과 환자를 겨냥한 사정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블랜치는 당시 통화에서 보건복지부(HHS), FDA, 백악관 측과 긴밀히 공조해 ‘돕스(Dobbs) 판결’의 취지를 미 전역에서 영구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돕스 판결 :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절에 대한 연방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고, 임신중절 규제 권한을 각 주에 돌린 판결이다.

임신중절 진료의 임상 기준을 마련하고 클리닉 보안·안전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전미낙태연맹’(NAF)은 “연방정부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이미 현장에서 목도해왔다”고 경고한다. 현행 연방법인 ‘클리닉 진입 자유법(FACE Act)’은 낙태 시설에 대한 폭력이나 업무 방해 행위를 엄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NAF는 이 법의 실효성이 결국 이를 집행하는 정부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법 집행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FACE Act 위반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임신중절 반대 활동가들을 대거 사면했다. 나아가 법무부는 이들에게 소송 합의금까지 지급하며 논란을 샀다. 테네시주 NAF 회원 클리닉 앞에서 봉쇄 시위를 벌였던 활동가 폴 본(Paul Vaughn)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에 이어 법무부로부터 100만 달러를 지급 받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NAF는 법무부가 향후 유사한 합의금을 추가 지급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임신중절 반대 활동가들의 폭력과 업무 방해 행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NAF가 최근 발표한 ‘폭력 및 업무방해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진과 클리닉을 향한 사망 및 신체 위해 협박은 2024년 38건에서 2025년 81건으로 113% 폭증했다. 클리닉 봉쇄 사건 역시 기존 1건에서 6건으로 늘었다.

NAF는 현행 FACE Act만으로는 의료진과 시설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연방정부가 최소한의 보호조차 소홀히 하는 것을 넘어, 법 집행을 빌미로 오히려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랜치 법무부 장관 인준 역시 임신·출산 문제에 강제 수사권을 적극 동원하려는 정권 차원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랜치 장관이 임신중절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식품의약국(FDA)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NAF는 낙태 진료 기준이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친 연구와 객관적 데이터, 환자 경험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FDA 역시 수십 년간 동일한 과학적 방식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해왔다. 이 같은 의학적·과학적 영역에 정치적 이해관계나 수사기관의 압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적 판단이 보장돼야 의료진도 혁신적 치료법을 개발하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원격의료를 통한 임신중절 약 처방은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임신중절에 적대적인 지역 환자들에게 중요한 의료 접근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블랜치 장관은 대표적인 임신중절 약인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의 우편 배송 금지를 공언하고 있다.

NAF는 임신중절 금지가 반드시 연방 차원의 입법 형태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에서는 수사나 기소에 대한 공포심만으로도 임신중절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고, 타 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자체가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임신중절 반대 정치인들이 전국적인 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도 임신중절을 실질적으로 봉쇄하는 꼼수를 찾은 것이다.

이에 대응해 NAF는 올해 ‘돕스 판결’ 4주년을 맞아 임신 기간과 관계없이 임신중절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임신 주수나 태아의 자궁 밖 생존 가능 시점을 기준으로 임신중절을 제한하는 법안에 전면 반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임신중절 접근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생식의료 분야에 정치적 판단과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겠단 취지다. 환자와 의료진을 정권의 수사·처벌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수사의 근거가 되는 임신중절 관련 법적 규제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

글 Brittany Fonteno, CEO of the National Abortion Federation

편집 유제니 에디터

이 기사의 원본보기: The Danger of Todd Blanche’s Statements on Abor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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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니

유제니 에디터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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