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원짜리 문고리로 시작"… '국쫌만' 300번의 토요일

박수영 국민의힘(부산 남구) 의원 4년간 매주 토요일 지역 사무실 개방… 7300여 명 주민 888건 숙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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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40원짜리 문고리로 시작"…
'국쫌만' 300번의 토요일
박수영 의원이 31일 열린 '국쫌만'(국회의원 쫌 만납시다) 300회 행사에서 1호 민원인 이순자 씨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수영 의원실

1992년 서울의 한 달동네. 집집마다 개인 화장실이 없던 당시 서울의 판자촌에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띄엄띄엄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줄 서야 했던 러시아워를 더 가혹하게 했던 건 다름 아닌 문고리 없는 화장실이었다. 주민들이 수년간 지자체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어왔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공용 화장실에 처음으로 문고리가 달리던 날, 한 할머니는 "너무 고마워서 내 이마의 주름이 다 펴졌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시장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문고리 하나당 가격은 40원이었는데, 그 많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여의도 집무실에 명패 대신 '정치는 주름살 펴기'라는 팻말을 들인 배경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손으로 문틈 사이를 붙잡고 볼일을 봐야 했던 주민들의 애환 어린 숙원을 해결한 박 의원은 그 경험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적극적으로 긁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12억 원짜리 숙원 사업…"반값에 해결"

좁은 지역 사무실이 100여 명의 주민들로 북적였다.

31일 부산 남구 대연동 박수영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국쫌만'(국회의원 쫌 만납시다) 주민 민원 상담 행사 300회 맞이 기념식이 열렸다.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2020년 5월 시작해 어김없이 매주 토요일 사무실을 개방했다.

박 의원은 "'몸이 좀 안 좋으니까', '조금 바쁘니까' 등의 변명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때 그 할머니 같은 분이 또 나올 것 같아 매주 필사적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간 7300여 명의 주민이 총 1800여 건의 크고 작은 민원을 접수했고, 그 중 888건이 처리됐다. 서울시장 비서관부터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을 지내며 중앙부처와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한 30년 간의 공직 생활이 배경이 됐다. 민원의 성격부터 소관 기관 및 절차, 예산 등 해결 경로에 빠삭했다.

최근 12억 원이 소요되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반값에 해결했다. 고령층 유동 인구가 많아 엘리베이터가 필수지만, 인도의 폭이 좁은 탓에 공사 진행에 우려가 많아 방치돼온 대연역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이었다.

박 의원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TIME Korea에 설명했다.

환풍구 두 개 중 한 개를 철거해 그 자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실내 쾌적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은 환풍구는 고성능 모터로 교체한 것이다.

이 사업을 처음 박 의원에게 접수한 '국쫌만 1호 민원인' 이순자 씨는 "24년이 넘도록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했는데, 대연역에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잃어버린 가방'부터 '중소조선업 예산'까지

지붕 수리 요청부터 퇴행성 관절염 상담까지. 저마다의 고충은 다양하고 방대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인사만 하러 온 주민들도 있었다. 박 의원은 "절반은 진짜 민원이고, 절반은 그냥 인사인 경우가 많다"며 웃어 보였다.

법과 제도의 문턱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주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방을 도난 당했다는 70대 남성 A씨는 사고가 벌어진 지역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A씨는 "추억이 담긴 소중한 가방과 현금 50만원을 도난 당했는데,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민원인 B씨는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점차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러 병원을 돌며 인공관절치환술을 요청했으나, 의료진은 관절염 진행 단계가 너무 이르다는 의학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의원은 A씨에게는 CCTV를 설치하고 수사 상황에 대해 문의하겠다고 약속했다. B씨에게는 현재 진행 중인 약물 치료를 마치고 추후 경과를 지켜보자고 당부했다.

부산·경남·전남의 중소 조선업계를 대표해 찾아온 민원인도 있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중소조선 기술 지원 사업의 예산이 정부 당초 계획에 비해 삭감됐다는 내용이다. 국회 예산 심사가 본격화하는 시즌이 맞물리면서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남들 보다 아주 조금만 더…"

대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최연소 민원인으로 참석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며 박 의원에게 직접 만든 마들렌 과자를 건네자 행사장엔 웃음꽃이 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하지우 학생은 "국회의원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박수영 의원님이 매주 지역에 내려오시는 걸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K팝 스타들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도움을 주시는 국회의원님들의 역할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며 "제 꿈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고백했다.

박 의원은 학생들에게 "남들 보다 아주 조금만 더, '플러스 알파'를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제니 기자 jenn@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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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분야 취재 보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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