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꿀알바>

넷플릭스 <꿀알바>는 목숨을 담보로 고액의 임금을 지급하는 정체불명의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동과 희생의 문제를 초자연적 공포로 풀어낸다. 거미인력의 비밀부터, 연주의 정체 및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 시즌 1의 결말과 시즌 2의 가능성까지,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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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꿀알바>
<꿀알바>의 주인공, 변혁준의 모습.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최신 한국 드라마 <꿀알바>에서는 생계를 이어가는 일 자체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곤 한다. 주인공 변혁준은 <환혼>에 출연한 이재욱이 맡았다. 서울에 사는 서른 살 무직 청년 혁준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판타지 호러의 세계에 놓여 있다. 그는 집주인 사기에 휘말린 데다 주식 투자에 매달리다 빚더미에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한다. 그러던 중 ‘거미인력’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력사무소가 최저임금의 50배, 100배, 심지어 200배에 달하는 시급을 내걸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 돈이 절실했던 혁준은 이 일이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제안을 받아들인다.

<꿀알바>는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공포의 아르바이트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식에 가깝다. 8부작이 이어지는 동안 혁준이 스파이더 인력사무소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지만, 20년 전 막대한 빚을 남기고 사라진 아버지도 이 인력사무소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버지의 행방을 좇기 시작한다. 동생 지윤(김민하)과 인력사무소를 조사하는 정체불명의 여성 연주(고민시)의 도움을 받아, 그는 스파이더 인력사무소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들을 파헤쳐 나간다.

거미인력은 어떤 곳인가

거미인력의 거미사장. 사진=넷플릭스

<꿀알바> 시즌 1이 끝날 때까지도 거미인력의 진짜 목적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혁준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사무소를 관리하던 사람은 거미사장(이희준)였다.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그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위험한 일자리를 소개하면서도, 그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혁준이 따져 묻자 거미사장은 인간 세계와 괴물이 사는 ‘저쪽 세계’의 경계가 얇아지는 곳에 이런 일터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양(陽)의 세계에 살지만, 다른 존재들은 음(陰)의 세계에 머문다는 것이다. 또 혁준처럼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강한 양의 기운을 뿜어낸다고 덧붙인다. 두 세계가 뒤섞이지 않도록 경계의 일터에 그들을 내보내 제물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뜻밖에도 혁준은 그 일에 소질이 있다. 맡은 일을 늘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남는다.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목숨을 잃는 모습도 수없이 지켜본다.

연주가 숨기고 있던 진짜 목적

의뭉스러운 연주의 존재. 사진=넷플릭스

연주는 노동재해 보호원 소속의 사고조사관으로, 거미인력이 위험한 노동 환경을 조장하는지 파고드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7화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다른 세계와 연결된 괴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주요 사건이 벌어지기 약 40년 전, 연주는 급격한 산업화를 겪던 한국에서 경일방직의 여공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런 그와 동료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항의했는데, 이는 회사 측의 폭력으로 돌아온다. 그때, 함께 싸우던 언니가 자신을 사물함 안에 숨겨주었던 것. 그러나 그 사물함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연주가 사물함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현대의 한국이었다. 한때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놀이공원이 들어서 있었다. 이후 그가 언제 인간에서 괴물로 변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연주의 이야기에 담긴 실제 역사

연주의 과거는 실제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70년 노동운동가 전태일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당시 여성 의류 노동자들은 성희롱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렸고, 경찰의 폭력에도 노출돼 있었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로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의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도 만들어졌다.

1979년에는 YH무역의 가발 공장이 문을 닫자 여성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서울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던 중 경찰이 이를 강제로 해산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김경숙이 목숨을 잃었고, 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을 향한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정한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연주는 이러한 20세기 후반, 한국 경제와 사회가 급격하게 변해가는 과정 속 여성 공장 노동자와 노동 운동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혁준, 종말을 불러오다

마주 보고 있는 혁준과 거미사장. 사진=넷플릭스

한편, 혁준은 다시는 거미인력에 가지 않겠다고 지윤에게 약속한다. 하지만 오래전 사라진 아버지를 찾을 방법을 알고 있다는 연주의 말에 결국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그는 네오시티 놀이공원 안에 있는 문을 혁준에게 보여준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때 통과한 문이다. 그 문을 지나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먼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놀이공원에서 한 차례 근무를 마쳐야 한다.

오빠가 다시 일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윤은 거미사장을 찾아가 왜 혁준을 또 위험한 일터로 보냈느냐고 따진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모든 일은 두 세계 사이의 문을 열기 위해 혁준을 이용하고 있는 연주의 계획이라는 것이다. 문이 열리면 다른 세계의 괴물들이 이쪽으로 쏟아져 들어와 종말이 시작된다.

연주에게 이는 당연한 결과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했던 이 세계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니까. 괴물들이 넘어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무엇 위에 세워졌는지도 드러날 것이다. 그 토대에 깔린 것은 뼈와 피다.

결국 혁준은 거미사장의 경고에도 문을 열기로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절박한 사람들을 일터로 보내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거미사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연주에게 총을 여러 발 쐈다. 그러한 폭력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때 풀려난 어둠의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연주와 거미사장을 집어삼킨다. 이어 혁준마저 그 속으로 끌고 가려 한다. 어둠에 사로잡힌 순간, 혁준은 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한때의 모습을 잃은 채 가족에게 건넬 얼마 안 되는 돈을 손에 꼭 쥐고 있다. 이미 다른 세계에 잠식된 모습이다. 일과 빚에 매달리다 보면 혁준도 아버지처럼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어둠이 혁준마저 완전히 집어삼키기 직전, 지윤이 문턱에 선 오빠를 끌어낸다. 남매는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이쪽으로 더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함께 문을 닫는다. 그렇게 종말을, 적어도 잠시는 멈춰 세운다.

<꿀알바>의 결말, 무엇을 의미할까?

눈 앞에 벌어진 일에 소스라치게 놀란 지윤과 혁준. 사진=넷플릭스

위 사건을 모두 겪은 뒤 혁준의 상황은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다. 그렇다고 삶이 완벽해진 것은 아니다. 거미인력에서 번 돈으로 빚은 모두 갚았지만, 다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순간에 감사하고, 예전과는 달리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듯하다.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다. 드라마 초반, 혁준은 자신이 서 있던 바로 그 다리에서 투신하려는 여성을 말린다. 하지만 자신도 한때 같은 처지였다는 말 외에는 살아야 할 이유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그래도 여성은 신발을 다시 신고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반전은 마지막에 찾아온다. 거미인력에서 문자를 받은 혁준은 폐허가 된 사무실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거미사장의 후임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거미사장이 미리 녹음해 둔 음성 메시지에서 그는 혁준이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그는 모두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일부의 죽음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여겼다.

뉴스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와 괴물의 흔적으로 보이는 잔해가 잇따라 보도된다. 혁준이 문을 연 후, 장기적인 여파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혁준은 새 일자리를 받아들일지 거절할지 답하려는 듯 입을 연다. 하지만 대답이 나오기 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후에는 짧은 장면이 이어진다. 지윤은 경일그룹의 채용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회사는 연주가 일했던 공장과 놀이공원을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거미인력 역시 경일그룹이 배후에서 운영하는 곳일까? 어찌 됐든 남매는 다시 한번 끝나지 않은 초자연적인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꿀알바> 시즌 2도 나올까?

<꿀알바>는 시즌 2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끝난다. 후속 시즌 제작 여부는 무엇보다 넷플릭스에서 시즌 1이 거둘 성과에 달려 있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되더라도 촬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연 배우 이재욱이 현재 군 복무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2027년 11월 전역할 예정이다.

글 Kayti Burt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이 기사의 원본보기: Breaking Down the Supernatural Ending of Dead-End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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