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는 살아남았다
민주화 39년, 한국의 대통령은 예외 없이 끝났다. 우리는 그것을 5년 단임제의 병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다나카 가쿠에이도, 베를루스코니도 유죄 판결을 받고 살아남았다.
다나카는 살아남았다
민주화 39년, 한국의 대통령은 예외 없이 끝났다. 우리는 그것을 5년 단임제의 병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다나카 가쿠에이도, 베를루스코니도 유죄 판결을 받고 살아남았다.

문상덕 에디터

1983년 10월 12일, 도쿄지방재판소는 전직 총리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 엔을 선고했다. 록히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7년을 끈 재판이었다.
판결 뒤 다나카 가쿠에이는 자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후 총리 세 명의 선출에 큰 목소리를 냈다. 그의 힘이 꺾인 것은 판결이 아니라 1985년의 뇌졸중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2013년 대법원에서 탈세 유죄가 확정돼 상원에서 제적됐다. 그는 당 대표로 남았다. 룰라는 580일을 복역한 뒤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34개 중범죄 유죄 평결을 받은 해에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네타냐후는 뇌물 재판을 받으면서 총리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형사 법정에 선 대통령은 여섯 명이다.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네 명이다. 네 명 모두 사면됐다. 형기를 끝까지 채운 사람은 없다. 네 명이 복역한 기간을 합쳐도 10년 4개월이다.
그리고 사면 뒤 정치로 돌아온 사람은 없다.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개헌인가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헌법 128조 2항에 정면으로 맞섰다. 임기 연장이나 중임 개헌을 해도 현직 대통령에겐 해당 안 된단 내용이다. 이 조항은 단순한 룰이 아니다. ‘룰을 만드는 룰’이다.
마침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형사 재판 다섯 건이 걸려 있다. 출구는 하나 뿐이다. 공소를 없던 걸로 하는 것. 여당 의원 141명은 ‘조작기소’ 국정조사 요구서에 서명했다. 또 사실상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조작기소 특검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장은 의원 시절 대통령과 가까운 계파로 분류됐다. 국회의장의 말은 대통령 구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비칠 법했다.
다음 날 그는 말을 번복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썼다.
사실 개헌론의 뿌리는 오래됐다. 진단은 늘 같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권력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한다. 퇴임과 함께 보호막이 사라지면, 언제나 비극이 온다. 그러니 4년 중임제로, 아니면 내각제로 바꾸자. 이 진단에는 전제 하나가 깔렸다. 제도를 바꾸면 비극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나카가 총리를 지낸 일본은 내각제다.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도 내각제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도 내각제다. 룰라의 브라질과 트럼프의 미국은 연임제다. 권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도 최고 지도자는 감옥 문 앞까지 갔다. 5년 단임제는 원인이 아니다.
한국만 다른 것
한국이 이들과 다른 건 비극의 결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법적 처벌과 정치적 생명이 분리된다. 유죄를 받고도 파벌을 지배할 수 있고, 당을 이끌 수 있고,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선 두 개가 붙어 있다. 감옥에 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소멸한다. 예외가 없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생물학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정치적으로 죽었다.
거꾸로 정치적으로 살아남은 대통령도 둘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이다. 두 사람은 목숨을 지불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생물학적 생명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우상이 되려면 죽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우상 숭배에 부과한 세율이다.
병과 자산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비극’ 담론은 두 개의 사실을 하나로 뭉개 놨다.
첫째, 대통령은 퇴임 후 반드시 책임을 지고 정치적으로 소멸한다. 둘째,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는 시점과 강도가 결정된다.
둘째는 병이다. 진영이 바뀔 때마다 칼의 방향도 바뀐다. 고쳐야 한다. 그래서 현재 여당이 밀어붙이는 검찰개혁은 최소한의 명분이 있다.
하지만 첫째는 병이 아니다. 살아있는 성역을, 도그마를, 손댈 수 없는 도덕적 권위를 만들지 않는 능력이다. 87년 체제가 만든 유일한 선물이다.
대통령제 개헌은 첫째를 없앤다. 둘째는 그대로 남겨 둔다. 임기제한을 완화한 개헌이 대통령의 책임성을 훼손했고, 개선한 사례는 없었다는 걸 남미 20여 개국의 현대사가 말한다.
그러니 연임 개헌은 한국 정치가 가진 것 중 유일하게 작동하는 장치를 팔고, 고장 난 것은 그대로 두는 거래다.
청구서
값을 치르지 않는 제도는 없다. 비극의 완결은 우상을 막는 대신 경험도 함께 태운다. 다나카가 킹메이커로 남은 것은 일본 정치의 병이었지만, 통치의 경험이 체제 안에 남는 방식이기도 했다. 한국은 5년마다 대통령의 통치 경험을 전량 폐기한다. 우상이 없는 대신 원로도 없다.
하지만 싼 값이다. 성역 하나를 사는 값보다 싸다.
민주화 이후 39년간 한국의 대통령은 예외 없이 끝났다. 그것을 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지금 그 병을 고치겠다고 한다. 고치고 나면, 우리는 마침내 죽지 않는 대통령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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