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청년들, 모디에 이렇게 맞섰다… ‘기꺼이 바퀴벌레 되기’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 목을 칠 수 없고, 어디에나 있어 색출할 수 없고, 밟으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바퀴벌레’를 자처한 인도 청년들은 그렇게 모디 정부에 맞서고 있다.
인도 청년들, 모디에 이렇게 맞섰다… ‘기꺼이 바퀴벌레 되기’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 목을 칠 수 없고, 어디에나 있어 색출할 수 없고, 밟으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바퀴벌레’를 자처한 인도 청년들은 그렇게 모디 정부에 맞서고 있다.

문상덕 에디터

Why 최근 2년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케냐, 필리핀, 페루에서 Z세대가 비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거리로 나왔다. 이제 인도 Z세대가 합류했다. 정당도, 지도자도, 조직표도 없이 밈과 팔로어 2200만 명으로 모디를 움직였다.
의대 입시의 파행, 대법원장의 막말, 그리고 보스턴에 유학 중인 한 인도 청년의 풍자.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인도에서 10년 넘게 보지 못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패권에 균열을 낸 청년 운동과 곧 이은 교육부 장관의 사퇴다.
시위의 불씨는 5월에 튀었다. 2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의대 입학을 위한 혹독한 시험을 치렀다. 문제지가 유출됐다. 처음이 아니었다. 시험은 무효가 됐고, 정부는 학생들에게 다시 치르라고 통보했다. 분노가 쌓였다.
5월 15일, 수리아 칸트 대법원장은 인도의 청년 실업자들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체제 불만만 늘어놓는 바퀴벌레”라고 폄훼했다. 보스턴에 있던 유학생 아비지트 딥케는 그 모욕을 그대로 껴안았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풍자 정당 ‘바퀴벌레 민중당(CJP)’을 만들었고, 인도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새로운 정치 언어를 벼려냈다. CJP 계정의 팔로어는 순식간에 2000만 명을 넘었다.
인스타그램의 현상은 곧 거리에서 목소리를 얻었다. 6월 말, 저명한 교육자이자 활동가인 소남 왕축과 대학원생 네하 보라가 이끄는 학생 지도부가 단식에 들어갔다. 요구는 하나였다. 교육부 장관의 사퇴. 날이 갈수록 군중은 불어났고, 정부가 단식 21일째의 왕축을 농성장에서 강제로 끌어낸 7월 20일 절정에 이르렀다.
정부는 익숙한 교본을 꺼냈다. 곤봉, 최루탄, 펠릿건, 인터넷 차단. 그러나 학생들은 계속 몰려왔다. 닷새 뒤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다. 여론에 밀려 장관을 내친 적이 없던 오만한 정부가 국민의 요구 앞에 처음으로 응답한 것이다. 늘 서사를 장악해 온 총리는 자정 무렵 편집도 하지 않은 인스타그램 영상을 올려 청년들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일자리 없는 신흥 강국
시험 부정 사태는 더 깊은 구조적 병폐의 증상이다. 인도의 성장은 청년 다수에 일자리도, 번영도 만들어주지 못했다. 25세 미만 대졸자의 40%가 실업 상태다. 교육 체계는 망가졌고, 교육의 질은 낮다. 초등 5학년의 절반이 2학년 교과서를 겨우 읽는다.
인도 교육이 제공하는 좁은 기회의 길, 즉 공식 경제로 진입하는 통로는 의대·공대·법대 입시라는 시험을 지난다. 학생들은 수년간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러나 그들 앞의 전망조차 어둡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500만 명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임금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170만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판돈은 더 커진다. 이 시험들은 동시에 부서진 교육과 불평등한 경제에 능력주의의 외피를 씌워준다. 인도의 가정들은 체제를 의심하는 대신 능력주의 신화를 사들인다. 유치원 단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국가가 제 몫을 하지 못해 공정한 시험조차 보장하지 못할 때, 그 신화는 깨진다. 수백만 청년과 그 가족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오지 않은 ‘좋은 날’
2014년 모디는 ‘좋은 날(아체 딘)’의 새 인도를 약속하며 집권했다. “최대의 통치, 최소의 정부”, “메이크 인 인디아”는 그 시절의 열망을 정확히 포착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많은 인도인은 파우스트적 거래를 감수했다. 새 인도의 약속을 받는 대가로, 점점 권위주의로 기우는 정치를 견디는 거래였다.
힌두 다수주의가 그 이념적 접착제였다. 덕분에 모디의 인도인민당(BJP)은 과거의 학생 시위를 “소로스의 돈을 받은” “반민족” 세력으로 낙인 찍어 손쉽게 일축할 수 있었다.
이번엔 달랐다. 모디의 집권은 13년째다. ‘최대의 통치’의 실패는 누구의 눈에도 보였고, 학생들은 거래의 조건 자체를 되묻기 시작했다. 그 상당수가 BJP의 핵심 지지층이었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발랄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중년의 시위 참가자인 나조차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걱정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이들은 포스터와 밈, 인스타그램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어느 포스터의 표현대로, 인도의 청년들은 “독재 정치”에 진저리가 났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감을 갖는 정부였다. 또 다른 포스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무 조용하네. 면접 때도 이렇게까지 조용하진 않았다.” 델리 농성장에서 가장 강력했던 구호들은 힌두 민족주의라는 지배 담론을 정면으로 겨눴다. “모디는 겁이 나면 힌두-무슬림을 꺼낸다.” “힌두와 무슬림이 함께 서면, 파시스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런 구호는 2019년 시민권개정법 반대 시위에서도 등장했다. 인접국 출신 비(非)무슬림 이주민에게 시민권을 우대한 그 법에 맞선 싸움은 무슬림 공동체 조직과 학생들이 이끌었고,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뒤를 받쳤다.
이번엔 그 세속주의적 구호가 주로 힌두인 학생들로 이뤄진, 더 넓은 지지층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달랐다. 얼마 전까지 모디와의 거래를 편안히 받아들였던 이들이다. 정부의 상투적 교본은 여기서 통하지 않았다.
그 들뜬 순간, 농성장에서,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을 넘기며, 인도가 다시 숨을 쉬는 듯했다. 두려움이 걷히고, 젊은 인도가 헌법의 약속을 되찾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는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분위기는 자유롭고 활기찼으나 동시에 불안했다. 몇 시간마다 더 강한 진압의 위협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약속과 달리, 시위 이후 전국에서 참가자 색출이 시작됐다. 앞날을 가늠하는 일을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그림자다.
인도가 치를 다음 싸움
그래도 민주주의의 공간은 조금 열렸다. 13년간 모디의 통치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정당성을 부정당한 적은 없었다. 청년들은 민주주의와 책임성에 뿌리를 둔 새로운 정치 문법을 찾고 있다. 교육 개혁이 그 구호다. 교육의 실패가 전적으로 이 정부의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을 힌두 민족주의 프로젝트에 복속시키며 마지막 못을 박은 것은 이 정부다. 교과서를 다시 쓰고, 정치적 인사를 심고, 고등교육을 과도하게 중앙집권화하며 예산을 깎았다.
정부가 대응책으로 내놓은 것, 신속 재판 법원 신설과 기술 거물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는 기대할 바가 못 된다. 핵심 문제를 건드리지도, 인도 교육을 짓누르는 이념의 멍에를 걷어내지도 못한다.
야권에는 기회가 왔다. 그러나 이번 시위가 드러낸 또 하나의 현상이 그 과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정당과 선거, 의회 같은 민주적 정당성의 공식 무대가 더는 책임을 요구할 만한 신뢰의 장(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BJP는 제도 장악, 자금 통제, 선거인 명부 조작 등 방식으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
기존 야당은 무력했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는 CJP가 생기기 몇 주 전부터 문제지 유출을 문제 삼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인도에서 일어난 다른 두 거대한 저항, 즉 시민권법 반대와 농업개혁 반대 역시 당파적 색채를 꺼렸다.
공식적인 책임 기대가 정당성을 잃을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는가. 인도 민주주의의 앞날은 이 복잡한 상황을 헤쳐가는 역량에 달려 있다. 그때까지 인도의 민주주의 후퇴는, 잠시의 숨 쉴 공간과 뒤 이은 국가의 진압이 마디를 이루며 계속될 것이다.
바퀴벌레는, 원래 쉽게 박멸되지 않는다.
글 Yamini Aiyar,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연구소 초빙교수
편집 문상덕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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