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AI를 고민한 회사

카카오와 네이버는 한때 ‘네카오’로 묶였다. 그러나 AI 시대에 두 회사의 항적은 갈라졌다. 네이버가 미국으로 향한 동안 카카오는 구설과 구조조정에 발이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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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AI를 고민한 회사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도 아닌 평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고깃집이 잠깐 국제 뉴스의 무대가 됐다.

검은 재킷 차림의 남자가 쌈에 삼겹살을 싸며 한국식 ‘의식’을 치렀다. 엔비디아 젠슨 황이었다. 맞은편에는 최태원, 구광모, 이해진이 앉아 있었다. 소주잔이 돌고, AI 얘기가 오갔다. 그 자리에 ‘네카오’는 없었다. 카카오도 없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둘은 한 단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네카오’라는 이름으로 함께 불렸다. 검색과 메신저로 국내 플랫폼 산업을 양분하는 양대 산맥이라는 뜻이었다. 한 축은 네이버, 다른 축은 카카오. 이용자들은 그렇게 믿었다. 정말 그랬는가.

2017년 1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물었다. “AI와 공존하고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얼 준비해야 할까.” 그땐 챗GPT도 없었다. AI는 먼 미래 기술이었다. 카카오는 한 달 뒤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출범시켰다. 문제의식은 빨랐다. 질문도 좋았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2021년, 골목상권 논란이 불붙었다.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장시간 멈췄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는 김범수와 회사 모두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 새 AI는 현실이 됐다. 2022년 챗GPT가 나왔고, 이제 기업들은 생성 AI를 넘어 AI 에이전트, AI 인프라 경쟁에 들어갔다.

질문과 현실의 간격을 젠슨 황의 방한이 또렷하게 보여줬다. 황은 고깃집 자리 이후 경기도 성남 네이버 1784를 찾았다. 이해진 의장과 함께 1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논의했다.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와 브룩필드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유치 소식이 이어졌다. 황은 “네이버는 GPU를 사용해 최초로 슈퍼팟을 구축한 기업 중 하나”라고 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네이버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큰 기업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카카오의 이름은 젠슨 황의 일정표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제 ‘네카오’라는 말이 네이버에게 실례일 정도”라고 말한다. 둘은 더 이상 같은 궤도 위에 서 있지 않다. 한 쪽은 AI 인프라 사업자, 다른 쪽은 국내 메신저 플랫폼이다.

카카오도 AI 전략이 없진 않았다.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톡을 5천만 명이 쓰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단 청사진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AI 비서 서비스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카나나 검색’을 공개했다. 하지만 아직 존재감이 없다. 그보단 구조조정과 계열사 정리가 체감되는 변화였다. 2025년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94개였다. 2023년 5월보다 53개 줄었다. 포털 다음 운영사 AXZ도 업스테이지에 매각했다.

덕분에 올해 2분기 카카오는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 확대보다 경영 효율화로 만들어낸 숫자다. 비용이 줄면서 이익이 늘었다.

김범수는 2007년 NHN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그가 뱉은 그 문장은 오래 인용됐다. 항구를 떠나는 창업자의 결심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쓰였다. 그 뒤로 17년이 흘렀다. 그는 AI 시대의 질문을 누구보다 빨리 던진 창업자였다. 지금, 그 배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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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정 에디터

산업부 이슈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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