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를 국민이 공동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급진적이란 평가를 받던 이 발상이, 이젠 초당적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지난 6월 사상 첫 AI 과세 법안인 ‘미국 AI 국부펀드법’(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을 발의했다. 법안은 대형 AI 기업이 신주 발행을 통해 자사 지분의 50%를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또 이렇게 확보한 지분과 수익은 새로 조성할 국부펀드에 편입, 국민 직접지급 등에 쓰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후 오픈AI CEO 샘 올트먼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I 국부펀드에 대한 구상을 냈다. 이들은 세금이 아닌,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AI 국부펀드를 주장했다. 가령 오픈AI는 정부에 회사 지분의 5%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HY WE WROTE THIS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거둔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가 주요 논쟁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법은 세금이다.
세금은 의무적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민들을 AI기업의 주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7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대형 AI 기업의 지분 절반을 국부펀드에 이전하는 데 찬성했다.
현재 초점은 ‘국민 공동소유’를 어떤 조건으로 구현할지로 옮겨갔다.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지분을 돌려줄지, 누가 그 지분을 내놓을지, 이를 실제로 강제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샘 올트먼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관건은 국민을 위해 확보한다는 지분이 실제로 국민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느냐는 데 있다.
올트먼 방식의 문제는 지분에 대한 권리가 국민이 아니라 행정부에 귀속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어 차기 행정부가 합의를 뒤집거나 지분을 다른 방식으로 처분하더라도 국민이 이를 제어할 장치는 마땅치 않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20곳이 넘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거래들의 공통점은 지분의 권리가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또는 행정부 기관에 귀속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지분을 갖는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지분 확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기업별로 조건을 정해 개별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인텔의 경우 정부가 지급할 예정이던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했다. 광물 권리 거래에는 납세자 돈이 투입됐다. 최근에는 AI 기업이 행정부에 지분을 기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의 AI 기업 지분 확보에 대해 “아주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이 AI 성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거래 조건은 법률이 아니라 비공개 협상으로 정해졌다. 지분에 따른 권리도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행정부 기관이 행사한다.
두 사례는 이런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인텔 CEO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리고 몇 주 뒤 행정부는 인텔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 이 지분 가치는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과정에서도 행정부는 US스틸의 ‘황금주’를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관보에 “나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의 G종 우선주(황금주)를 보유한다”고 직접 적었다.
두 거래의 공통된 문제는 트럼프라는 한 개인에게 전례 없이 강한 권한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기부’의 대가
올트먼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AI 성공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오픈AI는 알래스카 영구기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행정부에 회사 지분 5%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픈AI가 원하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행정부의 재정적 이해관계를 확보하고 정치적 장애물을 줄이기 위해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국민의 몫을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기업과 행정부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장치에 그칠 수 있다. ‘국민 지분’이란 말이 양측의 거래를 정당화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이익이 협상 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며, 이 과정에서 행정부의 우호적 태도가 필요할 수 있다. 오픈AI는 현재 정부로부터 GPT-5.6 출시를 제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행정부가 지분 기부를 대가로 이런 제약을 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에도 기업 지분을 대가로 규제나 압박을 거두거나 묵인하는 식의 거래를 받아들인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런 거래가 미국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샌더스안의 차이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국민에게 수익을 직접 돌려주겠다고 법률로 약속한 것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구상이다. 샌더스 의원의 ‘AI 지분 납부세’ 구상은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의 경로를 법안에 명시한다. 적용 대상 AI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지분의 절반을 납부하면, 공공 신탁기금이 이를 보유하고 그 운용 수익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샌더스 의원실은 펀드 가치의 연 5%를 배분할 경우 미국인 1인당 연간 약 1045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도 아니다. 대상 기업에 대한 공적 구제금융 역시 법으로 금지한다. AI 성장의 과실을 기업과 행정부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샌더스안이 실제로 추진될지는 중간선거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몇 달은 미국 AI 산업의 이익과 소유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를 가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올트먼은 각자의 구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들은 두 방식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본다. 한쪽은 권력과 부를 행정부와 소수 기업에 집중시켜 부패의 여지를 키울 수 있다. 다른 한쪽은 AI가 가져올 번영의 과실을 더 넓고 투명하게 나누고, 그 과정에 국민의 감시와 민주적 책임을 부여하려는 시도다.
글 Sarah Polcz(UC데이비스 법학 교수), Jeremy bearer-Friend(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
편집 유제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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