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만에 AI는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됐다. 누군가는 AI를 기적이라며 찬양하고, 누군가는 위험한 기술이라며 비판한다. 기업의 회의실부터 저녁 식탁에 이르기까지 이제 AI는 어디서나 하나의 토론 주제가 되곤 한다. 환희와 두려움이 엇갈리는 지금, 오늘날 대부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하다. AI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기술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는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고민해야 할 질문은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리와 우리 팀은 AI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을까? 우리의 가치나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AI의 이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유용한 답을 찾으려면 먼저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고, 무엇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사실 인공지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적어도 1956년부터 우리와 함께해왔다. 당시 소수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다트머스 대학에 모여,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그때부터 AI 기술은 이른바 ‘AI의 봄’과 ‘AI의 겨울’을 거치며 수십 년간 발전과 침체를 반복해 왔다.
AI가 2020년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범용 AI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기술 발전으로는 이루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급격한 변화 속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날의 AI 시스템은 강력해졌고, 동시에 새로운 과제도 안겨준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이러한 과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이다. 하지만 AI가 때때로 묘사되는 것처럼 낯설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은 아니다. 이미 이전 세대의 AI와 항공기, 자동차, 발전소 같은 복잡한 기술을 다루며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 온 경험과 지식을 지금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AI와 일의 관계에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낯선 사람에게는 핵심 개념을 짚어주며 자신 있게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 이미 AI를 경험해 본 사람에게는 이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기술 자체를 익히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리더십과 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결국 AI와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날의 AI는 무엇이 다른가?
오늘날의 AI가 데이터 과학 연구실을 벗어나 업무 현장에서 다뤄진 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기술이 더욱 강력해졌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여러 일을 하는 AI
수십 년 동안 AI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용됐다. 가령 고객 이탈을 예측하거나 사기를 탐지하는 모델에 내장되는 식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대부분 특정 업무에 맞춰 만들어졌다. 한 가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학습됐고, 그 범위 안에서만 쓰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AI 모델은 여러 업무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이른바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거대한 신경망으로, 다양한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개발자의 코딩을 돕던 모델을 마케터의 카피 작성이나 HR 리더의 채용 공고 작성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범용성 덕분에 AI는 일부 업무에만 쓰이던 기술에서 벗어나 지식 노동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들어왔다.
인간처럼 말하는 AI
두 번째 변화는 말 그대로 이제 AI가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AI와 대화하기 위해 코드를 작성하거나 복잡한 메뉴를 일일이 클릭할 필요가 없다. 일상적인 말로 질문해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답한다.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비롯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의 AI를 흔히 ‘생성형 AI’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용하기 쉬워진 만큼 새로운 책임도 생겼다. 이제 우리는 AI가 내놓은 결과를 언제 믿어도 되는지, 언제 그 결과를 의심하고 다시 살펴봐야 하는지, 또 우리의 목적에 맞게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다음 단계까지 나아가는 AI
세 번째 변화이자 어쩌면 가장 큰 변화는 AI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더 이상 AI는 분석하거나 예측하기만 하지 않는다. 이제는 직접 행동한다.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고, 자신의 작업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직접 이메일을 작성하고, 처리 요청을 등록하고, 배송을 예약하고, 거래 내역까지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이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이는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AI에게 어느 정도까지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할까?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책임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이러한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실제 업무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혼란스러울 수 있다. AI가 작업을 ‘추론’하고 매 단계마다 사람의 개입을 받지 않은 채 여러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면, 게다가 그 결과물이 로봇이 만든 것처럼 딱딱하지 않고 동료가 보낸 메시지만큼 자연스럽다면,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AI가 팀의 일원이 되는 것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AI와 마찬가지로, 생성형 AI(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AI)와 에이전틱 AI(여러 단계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AI)는 잘하는 일이 있는 반면 잘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AI 에이전트는 정교한 법률 검토 메모를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의 손해배상 조항을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코드를 제대로 작성하면서도 신입 엔지니어라면 알아챌 만한 사소한 요구사항을 놓칠 수도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파브리치오 델아쿠아(Fabrizio Dell’Acqua)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AI의 이러한 특성을 ‘들쭉날쭉한 기술적 경계(jagged technological frontier)’라고 설명한다.
AI는 어떤 작업에서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지만, 어떤 작업에서는 상식이 부족해 우리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경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언제 AI에 의존해야 하는지, 언제 감독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으로 개입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해내려면 이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더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글 파울라 골드만(Paula Goldman), 『Manage the Machine: How to Harness Human-AI Collaboration at Work(기계 관리하기: 직장에서 인간과 AI의 협력을 활용하는 방법, 국내 미출간)』 저자
한국어판 편집 조예은 기자 sophie@t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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